[SRE][PF 사업장 해부]⑥현대엠코, 실패한 확장 타이밍
by이태호 기자
2010.11.04 13:06:15
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03일 13시 37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 ▲ 사진1. 현대엠코가 진행 중인 최대 재개발 주택사업장 `상도엠코타운`(2010.10). 서울 상도동에 짓는 현대엠코의 첫번째 대규모 아파트단지(1559세대) 사업이다. 현대엠코는 주택사업 확대 시점에 미분양 사태를 맞았으며, 최근에는 사업위험이 낮은 재개발 사업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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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현대엠코의 신용등급은 올 4월 `A(안정적)`로 전격 상향됐다. 계열사 매출이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사업안정성 덕분에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 등급의 대거 상향 행렬에 포함됐다. 하지만 시장 평가까지 따라서 뛰어오른 것은 아니다. 현대엠코 회사채(3년만기) 신용스프레드는 올 상반기말까지 1년 동안 평균 3.78%포인트를 기록해 A등급 회사중 가장 높았다. 등급이 함께 오른 SK건설(A) 등 10여개사도 모두 웃돌았다. 지난 2008년 이후 본격적으로 확대한 주택사업 부담이 채권수익률 하락을 막아선 영향이다.
지난 2008년 1월. 공격적인 주택사업비중 확대를 선언하기엔 분명 좋지 않은 시점이었다. 현대엠코는 기존 5%의 매출 비중을 3년 안에 30%로 늘리겠다고 공표하고, 한달 뒤 자체사업인 울산 신천동 `엠코타운아파트`(741세대, 분양가액 2350억원) 분양을 개시했다. 미분양 주택수가 2007년말 전국 11만가구에서 1년만에 16만가구로 폭증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불행히도 미분양 증가세는 이후에도 1년 넘게 꺾이지 않았다. 2009년 3월에는 16만5000가구로 사상 최대를 찍었고, 같은해 12월 건물 절반을 올린 신천동 사업분양률은 분양개시 10개월이 넘도록 세대수 기준 40%를 밑도는 뼈아픈 성적을 남겼다. 결국 올 들어 현대엠코는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원가에 되사주겠다`는 파격 조건까지 내걸며 신천동 미분양 해소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역부족이었다. 10월말현재 미분양 물량은 여전히 15%(닥터아파트 집계)를 웃돌고 있다.
서울 사업장 신고식도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상봉동에서 분양한 48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 `프레미어스엠코`는 10월말 현재 여전히 473세대 중 15% 넘는 물량이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자체사업인 상봉동사업은 분양가액이 현대엠코 2009년매출의 절반(주거용 3223억원, 상가용2451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후분양 예정인 상가도 향후 운전자본부담에 변수로 지목된다.
신용평가회사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사업장은 진주 초장동 엠코타운 아파트다. 사업장이 지방이고, 사업 규모(1954세대, 2630억원)도 꽤 큰데다 초기단계인 만큼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있기 때문이다. 초장동 사업장 관련 현재 현대엠코는 1500억원의 대출에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으나 분양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아 착공 시기를 미루고 있다.
| ▲ 사진2. 현대엠코가 서울 첫번째 주상복합사업으로 추진한 `프레미어스엠코` 사업장.(2010.10) 서울 상봉동에 위치한 48층짜리 건물로 현재 지반공사가 진행 중이다. 2009년 11월에 분양을 개시했지만 아지까지 약 15% 물량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분양가액은 총 5670억원에 이른다. (사진=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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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경기 침체로 손을 댄 주택사업마다 쓴 맛을 본 현대엠코는 최근 사업안정성이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수도권 재개발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최대 주택사업장은 동작구 상도동 `상도엠코타운`이다. 서울에 짓는 첫번째 대규모 아파트단지(1559세대, 도급액 2500억, 조합 PF 지급보증금액 2400억원)로 올 3월 1559가구 중 조합분을 제외한 286가구를 분양했다.
하지만 분양 물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분양률이 매우 저조한 수준에 머무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상도엠코타운은 올 5월에 최대 1억원(10%)의 분양가 할인이라는 자구책을 내놨고 최근 분양률을 약 86%까지 끌어올렸다. 지급보증 금액이 두 번째로 큰 사업장도 인근에 위치한 `상도엠코타운 애스톤파크`이다. 역시 재개발 사업장으로 10월부터 882세대 중 305세대 일반분양을 실시 중이다.
현대엠코는 지난 2005년에서야 인천광역시 삼산동에서 주택사업 첫 삽을 떴다. 그만큼 사업 경험이 적고 시장 인지도가 낮다. 이러한 리스크는 최근 주택시장 침체와 함께 현대엠코의 회사채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있다. 비록 지난 2년 간 현대·기아차그룹의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더라도 계열사로부터 매출 99%를 올리던 2006년의 현대엠코와 지금의 회사를 바라보는 시장의 눈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특히 2007년까지 아예 없었던 2000억원의 빚이 덜컥 생겨났고, 6월말 현재 수정부채비율(PF우발채무 9008억원)은 330%로 2008년말 약 200%에서 급격히 확대됐다. 한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기존에 계열공사 위주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해온 현대엠코의 주택사업 확대는 자칫하면 운전자본 부담을 키우고 유동성을 안 좋게 만들면서 재무구조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정의선 현대차(005380)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25%의 지분을 들고 있다는 점은 신용평가회사와 크레딧시장이 현대엠코의 신용도에 플러스 알파를 붙이는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한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현대엠코가 최근 여러가지 사업을 많이 벌이고 있지만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25%의 지분으로 인해 높은 가치가 부여되고 있다”면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룹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현대엠코를 키우려 할 것이란해석이 많다”고 말했다. 또 “엠코를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현대건설 인수 후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