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일제 반등..`추가 경기부양 기대`

by김기성 기자
2008.10.21 00:53:34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20일(현지시간) 오전 뉴욕 주식시장이 일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추가 경기부양책 지지 발언과 9월 경기선행지수의 예상밖 상승 등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 유동성을 가늠하는 라이보(런던은행간금리)가 엿새 연속 하락하는 등 달러 자금경색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차단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강도높은 잇단 대책에 힝입어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호재로 등장했다.

국제 유가의 이틀 연속 상승 등으로 원유 등 상품 관련주가 동반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도 주요 지수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한때 9000선을 회복하기도 했던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오전 11시33분 현재 는 전거래일대비 113.26포인트(1.28%) 오른 8965.48을 기록중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954.22로 13.67포인트(1.45%) 상승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16포인트(0.01%) 전진한 1711.45에 거래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물 인도분은 배럴당 21센트 오른 72.0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버냉키, 美의회 추가 경기부양책 지지

버냉키 연준 의장은 미국의 경기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의회의 추가 경기부양책 추진 움직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주목된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의회는 소비자를 비롯해 주택매입자, 기업, 기타 대출자들이 금융권의 신용(대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은 조치들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의회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고려하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하원 민주당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추가 경기부양책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 의장은 지난달 심각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1500억달러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재정정책은 다음 세대의 부담 가중 등 상충관계를 포함하고 있지만 최근 몇분기동안의 경기악화와 향후 경기둔화 연장 위험을 감안할 때 지금시점에서 경기부양책은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경제는 향후 몇분기동안 장기적인 잠재성장률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지출 및 경제활동 둔화는 대부분 분야로 파급됐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정부의 2500억달러 은행권 지분 매입 조치와 관련, "금융시스템의 신뢰를 회복하는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그러나 아직 효과 측정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고 조심스러운 입장도 나타냈다. 또 "구제책은 전반적인 경제 악화를 막고, 금융시스템을 안정화하는데 중요하지만 당면한 도전들을 신속히 제거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기업투자는 향후 몇달동안 더 위축되고, 주택경기침체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서는 "상품가격 하락과 경기둔화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릴 것"이라고 낙관했다.



◇라이보 6일째 하락..`달러 단기자금시장 진정세`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미국 등 각국 정부의 강도높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달러 단기자금시장의 금리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용경색 현상이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다.

달러 유동성을 가늠하는 라이보(런던은행간금리)는 이날 급락했다. 3개월짜리 라이보는 4.06%로 지난주말대비 36bp 떨어졌다. 엿새 연속 하락세다. 하락폭은 9개월래 최대다.

하루짜리 라이보도 16bp 하락한 1.51%를 기록, 4년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달러 기근의 정도를 판단하는 3개월짜리 라이보와 초단기대출금리 스프레드의 경우도 2주만에 처음으로 300bp 아래로 떨어졌다.

닉 스타멘코비치 RIA 캐피탈 마켓 전략가는 "각국 정부의 잇단 대책들이 은행의 추가 부도 위험을 줄이고 있다"며 "중앙은행들이 단기자금시장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 라이보는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주, 원유주 `반등`..NRG `급등`

금융주는 달러 신용경색 진정세 등에 힘입어 오름세다.

씨티그룹(C)은 1% 전진했고, 골드만삭스(GS)와 메릴린치(MER)는 각각 2.9%와 0.7% 상승세다.

미국 최대 원유 메이저인 엑손 모빌(XOM)은 유가 상승과 추가 경기부양책 기대감으로 5.1% 뛰었다. 셰브론(CVX)도 5.7% 올랐다.

텍사스 2위 발전소인 NRG 에너지는 미국 최대 핵발전소 운영업체인 엑셀론으로부터 62억달러 인수 제안을 받았다는 소식에 21% 급등했다.

◇美 9월 경기선행지수 0.3%↑..`예상밖 증가`

미국의 향후 3~6개월 뒤 경기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경기선행지수가 정부의 강도높은 금융위기 안정책에 힘입어 예상밖 상승, 월가 전망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민간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9월 경기선행지수가 전월의 -0.9%(수정치)에서 0.3%로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전망치인 -0.1%를 웃돈 예상밖 상승세다.

주요 10개 항목중 유동성 공급, 금리 스프레드, 소비심리, 공급자 선적, 자본재 및 소비재 주문 등 6개 항목이 상승세를 기록했다.

컨퍼런스보드의 이코노미스트인 켄 골드스타인은 "금융시장의 극심한 변동성과 신용경색 등을 감안할 때 전반적인 경제의 추가적인 악화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최근 지표들이 비(非)금융권 경제의 환경이 추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