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제 메시지는 'No Problem. Follow me'

by이진우 기자
2008.09.10 00:55:19

강만수 경제팀 신임..감세 등 기존 정책 재확인
국민들 '오해' 푸는 데 주력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밤 전국에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내놓은 경제분야 키워드는 '괜찮다'였다.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신뢰감을 표시했고 9월 위기설에 대해서도 '위기는 없다'고 단정했다.

대통령은 논란이 있던 사안들마다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힘을 쏟았다. 공기업 선진화는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걸음도 물러나지 않았고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지자들은 105분간의 대화에서 대통령의 '소신'을 느꼈을 게 분명하고, 반대하는 쪽은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며 실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뉴스'를 기다리며 귀를 쫑긋 세웠던 이들은 '강만수 장관이 자리를 계속 지키게 된다'는 정도에서 호기심을 접어야 했다.



이날 대통령 언급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대통령이 경제팀 교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경제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혼자 하는 게 아니며 총리와 대통령도 경제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팀을 이뤄서 잘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만수 경질론의 핵심이었던 환율대응 문제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환율정책을 써서 물가가 올라갔다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이 경제팀 교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월 위기론에 대해서도 정부의 기존 입장과 별로 다르지 않은 의견을 내놨다. 대통령은 "위기는 전혀 없고 어려움은 있다는 말을 드리지만 정부가 대처하고 경제 주체인 기업도 열심히 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인 감세와 공기업 선진화 등에 대한 입장도 변함이 없었다. 대통령은 "감세는 포퓰리즘이 아니다"고 수차례 강조하며 "이건 반드시 해야한다"고 잘라 말했다.



공기업 선진화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의견에 대해서도 "불가피하다"면서 이해를 구했다. 대통령은 "민간 기업 못지 않게 잘 운영하는 데도 있지만 방만하게 운영하는 데도 적지 않다"면서 "검토해서 하겠지만 이를 통해서 예산도 절감하고 국민 서비스를 높일 수 있다"고 설득에 나섰다.

도심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또 던진 것도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은 "필요한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면서 재개발 재건축이 신도시보다 효과적"이라고 언급하면서 도심 재개발 규제 완화를 다시 한 번 시사했다.

대통령은 또 "한국 주택가격이 높다고 인정한다. 집값이 요즘 조금 떨어진다고 걱정하는데 난 아니다. 조금 더 떨어져도 된다고 본다"면서 집값 거품이 아직 덜 빠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집값이 하락세이므로 재건축 규제를 풀어도 된다는 쪽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집값이 높으므로 규제를 당장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서민층을 위한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여러번 내비쳤다. 특히 최근의 정책들이 부유층과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긴 시간을 할애해 '오해'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대통령은 "많은 분들이 대기업을 위한 정책을 쓰고 있다고 하지만 대기업을 위한 정책은 사실상 없다"면서 "특히 대기업의 감세는 내년으로 미뤘지만 중소기업은 이번에 세금을 줄였고, 영세상인에 대한 감세조치도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기업은 사실상 도와줄 게 없으며 규제완화만 해주면 된다"며 "대기업의 경제기여도를 봤을 때 대기업이 잘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정부의 기업정책은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대해 혜택을 주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