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전설리 기자
2008.08.30 08:05:48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최근 들어 월가 전망을 뛰어넘는 경제지표가 줄줄이 발표됐음에도 경기전망을 바라보는 시선을 곱지 않다.
부정적인 경제지표에는 `그러면 그렇지` 격의 동조가, 긍정적인 경제지표에는 전망에 대한 의구심이 뒤따른다. 한마디로 경기전망에 짙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의 심리도 그러했다. 전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의 `깜짝 증가세`에 환호했던 시장은 7월 개인소득 및 지출 지표의 부진에 여지없이 비관론에 마음을 내어줬다.
개인소득은 늘어나는 실업 속에 세금환급의 약발이 다하면서 3년만에 최대폭으로 줄었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지출도 4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집값은 떨어지고(주택가격 하락), 일자리도 줄어들고(실업 증가), 돈 빌리기도 여의치 않은데(신용 위축) 물가는 오르니(고유가) 가장 필요한 곳에만 지갑을 열 수 밖에 없는 것이 미국 소비자들이 처한 현실이다. 지출이 늘어날 리 만무하다는 이야기다.
이날 소비에 켜진 빨간불은 내주 예정된 고용지표와 맞물려 불안감을 더욱 자극했다. 때마침 `굴욕`이라 일컬어질 만큼 최악의 불황속에 고전하고 있는 제너럴 모터스(GM)가 직원 9000명에게 조기 퇴직을 권고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와 시카고 지역 제조업 경기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미 비관론에 마음을 빼앗긴 투자자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들도 개선된 지표에 물음표를 찍었다.
미시간대학의 리처드 커틴 교수는 "이번 수치는 `낙관으로의 전환`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때때로 추가 하락세가 재개되기 전에 하락세가 주춤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도쿄미츠비시 UFJ의 크리스 럽스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호조가 분명 제조업 경기를 확장시켰지만 소비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제조업 경기가 이 수준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용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이 걷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허리케인의 위협으로 유가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니 하반기 경기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오크트리 자산운용의 로버트 파블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실업 증가과 경기둔화, 세금환급 효과 소진 등을 감안할 때 개인소득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UBS 파이낸셜 서비스의 미국 담당 리서치 팀장은 "증시 안팎을 둘러싼 환경이 어렵다"며 "고유가와 신용 여력의 결핍은 소비에 추가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체멍 카날 트러스트의 톰 워스 선임 투자 담당자는 "소비와 관련된 어떤 것도 당분간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이날 기술주 부진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주에도 시장은 추세를 잡지 못한 채 허리케인의 동향과 경제지표에 일희일비하는 변동성 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파블릭은 "내주 투자자들의 시선은 허리케인과 고용지표에 쏠릴 것"이라며 "올해초 이래 46만3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상황에서 실업률이 추가로 오른다면 시장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