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황영기號 항해 목표는

by하수정 기자
2008.07.04 01:15:31

비은행 강화 사업구조 재편…M&A 핵으로 떠오를 듯
황영기-강정원 `투톱` 화합 필요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검투사`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이 오는 9월 말 출범할 KB금융그룹을 이끌 선장으로 사실상 낙점됐다.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정평난 황 전 회장은 앞으로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으로의 적극적인 수익 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강정원 행장과의 화합과 노조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황 전 회장의 초기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060000) 지주회사 회장 추천위원회는 3일 마라톤 면접과 회의 끝에 황 전 회장을 지주회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당초 이사회 내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고 있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보다 우세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이를 뒤엎고 황 전 회장이 추천된 것은 `투톱` 체제의 지주사 지배구조가 바람직하다는 회추위원들의 의견이 앞섰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동안 변화에 더뎠던 국민은행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사 영입이 절실하다는 판단이 뒷받침 됐다.  

한 회추위원은 "2곳의 외부 컨설팅 결과에서도 지주사 지배구조는 회장과 행장이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나왔다"며 "당초 회장,행장 분리와 겸임 문제는 회추위 내에서도 의견이 팽팽했지만, 결국 KB금융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는 비은행 부문에 강점을 가진 인사가 회장을 따로 맡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문에 부합해 황 전 회장은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된 후 수익 다각화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황 전 회장은 삼성에서 보험과 증권, 자산운용을 두루 거친 경험을 살려 특히 은행 중심에 치우쳐진 KB금융그룹의 사업 구조를 단계적으로 재편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공기업 민영화와 자본시장통합법으로 몰아칠 무한 경쟁시대에 KB금융지주의 인수합병(M&A) 전략을 어떻게 펼쳐나갈 지가 관심이다.

총알은 여유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은행의 자기자본은 19조8000억원으로 자회사 출자한도 30%를 적용할 경우 여유 자금은 5조9400억원이나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황 전 회장의 넓은 인맥과 추진력을 감안하면, 황 전 회장의 등장으로 KB금융지주가 M&A 시장의 핵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경기 하강 추세와 금융시장 불안 등의 환경에서 무리하게 공격 경영을 하다가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는 커녕 지금의 경쟁력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황 전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경영 당시 투자은행(IB)변신을 선언하며 과감하게 파생상품 시장에 진출했지만, 우리은행은 서브프라임 사태이후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총 7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황 전 회장은 KB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으로써 지주체계의 성공적인 안착이라는 과제를 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강정원 행장과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4년부터 국민은행을 이끌고 있는 강 행장과의 협조없이는 조직 장악 뿐 아니라 업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없게 된다.

자칫 지주사와 은행간 견제로 몸살을 앓았던 초기 우리금융지주를 답습할 수도 있다.

특히 공격적 성향의 황 전 회장과 보수적 성향의 강 행장이 업무 성향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서 KB금융지주의 `투톱`간 마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연임된 강 행장은 본인이 고사하지 않는 한 오는 2010년 11월까지 3년간 임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황 전 회장은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국민은행 노조를 어떻게 설득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황 전 후보를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