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큰 폭 하락..고유가에 침몰

by하정민 기자
2005.08.17 05:44:56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16일 미국 주식시장이 큰 폭 하락했다.

주요 지수가 모두 1%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다우 지수는 1만600선을 아래로 뚫었고 나스닥 지수는 4주 최저치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의 낙폭은 지난 4월22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고유가 충격이 가시화하면서 주식시장이 맥없이 무너진 하루였다.

이날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1.14%(120.93포인트) 하락한 1만513.45, 나스닥 지수는 1.38%(29.98포인트) 내린 2137.06로 장을 마쳤다. S&P500 지수도 1.18%(14.53포인트) 떨어진 1219.34로 마감했다.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19센트 낮은 66.08달러로 장을 마쳤다. 유가는 장중 한때 65달러대 중반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다시 하락폭을 축소하며 66달러대로 올라섰다.

개장 전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가 3개월 최고치로 상승하고 7월 산업생산도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주식시장 하락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소비 중심의 미국 경제를 대표하는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 마저 고유가 영향으로 실망스런 실적을 발표하며 투자 심리에 타격을 가했다.

유가 상승이 미국 경제와 기업 실적에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자 매도 공세가 일었다. 유통주들이 두드러진 약세를 보였고 인텔, 게이트웨이, HP 등을 중심으로 기술주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유가 부작용 가시화..7월 CPI 3개월 최고

고유가 부작용이 기업 실적과 경제지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날 유가는 장중 한때 65달러대 중반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다시 하락폭을 축소하며 66달러대로 올라섰다.

고유가 때문에 미국 7월 소비자물가(CPI) 지수는 0.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 예상치 0.4% 상승보다 높다. 0.5%는 지난 4월 이후 3개월 최고치 상승폭이다.

3.8%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7월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혔다. 휘발유 값이 6.1% 치솟았고, 천연가스는 3.8% 뛰었다. 에너지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4.2% 올랐으며, 특히 휘발유 값이 19.5%나 상승했다.

7월 물가의 전년동월비 상승률도 전달 2.5%에서 3.2%로 확대됐다. 다만 근원 소비자물가는 0.1% 상승해 블룸버그 예상치 0.2%를 밑돌았다.

산업생산도 좋지 않았다. 7월 산업생산은 0.1% 증가해 월가 예상치 0.5% 증가를 큰 폭 하회했다.

◆유통주 급락..월마트 직격탄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WMT) 주가는 3.12% 떨어졌다. 월마트의 2분기 실적 증가율은 4년만에 가장 저조한 증가세를 보였고 3분기 실적 전망도 월가 예상치를 하회했다.



월마트의 리 스콧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이 고유가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비용이 매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2분기중 회사측이 세웠던 경영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고 말하고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앞으로도 비용을 절감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월마트의 부정적인 실적 발표는 기타 유통주에도 영향을 미쳐 긍정적인 실적을 발표한 홈디포, JC페니 등도 일제히 주가가 하락했다.

미국 최대 건설자재 유통업체 홈디포(HD)는 2.26%, 경쟁사 로우스(LOW)는 1.82% 떨어졌다. 우수한 실적을 발표한 JC 페니(JCP) 주가도 4.16% 급락하는 등 유통주 주가가 큰 폭 하락했다.

◆기술주도 약세..게이트웨이, 인텔 등

주요 기술주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미국 3위 PC업체 게이트웨이(GTW) 주가는 무려 20.05% 추락했다.

게이트웨이는 이날 올해 전체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기존 15~17센트에서 11~13센트로 낮춘다고 밝혔다. 특별 항목을 제외한 순수 주당 순이익 전망치는 17~19센트에서 13~15센트로 하향했다. 올해 매출 전망치도 40억~42억5000만달러에서 39억~40달러로 낮췄다.

지난주 미국 최대 PC업체 델(DELL)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게이트웨이까지 가세하자 관련 업체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휴렛패커드(HPQ) 주가도 이 영향을 받아 1.62% 떨어졌다.

반도체 주도 타격이 컸다.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04%나 하락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INTC)은 2.00%, 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할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AMAT) 주가도 2.66% 떨어졌다.

◆델타는 강세..구조조정 효과

주식시장이 급락한 와중에도 일부 종목들은 강세를 보였다. 전일 15% 넘게 하락했던 델타 항공(DAL) 주가는 13.67% 올랐다. 장중 한 때 17% 넘게 치솟기도 했으나 오후 장 들어 오름폭을 조금 줄였다.

총 200억달러 이상의 부채를 지고 있는 델타는 자회사인 애틀랜틱 사우스 이스트 항공(ASA)을 4억2500만달러에 스카이웨스트에 팔기로 했다.

반면 신용평가기관 S&P가 투자의견을 상향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프린트(S) 주가는 0.73% 내렸다. S&P는 넥스텔을 합병할 스프린트의 투자의견을 기존 BBB-에서 A-로 대폭 상향했다.

감독당국과 엔론 소송과 관련해 3억5000만달러에 합의키로 한 JP모건체이스(JPM)는 0.20%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