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완화…물가 향방은[최정희의 이게머니]
by최정희 기자
2023.01.04 05:00:00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 4.3→1.2로 하락
세계의 공장 中, 봉쇄 해제에 물류차질 완화될 듯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도 추세적 하락세
미국은 내구재 하락하며 물가 하락 압력
한은 "韓은 내구재 물가상승 기여도 높지 않아 영향 제한적"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를 괴롭혔던 공급난, 물류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풀리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해 얽혀 있던 실타래가 다시 풀리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다.
공급난 해소에 내구재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고차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의 전방적인 상승세)’의 시작을 알렸던 미국은 내구재 가격 하락 등에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하회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내구재가 물가상승에 기여하는 비중이 낮아 공급난 해소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GSCPI)는 작년 11월 1.20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되기 한 달 전인 2020년 2월 1.10과 유사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공급망 압력지수는 2021년말 4.3을 찍으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으나 추세적으로 하락, 9월엔 0.93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이후 10월, 11월에 1.12, 1.20로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공급망 압력지수는 발틱운임 지수 등 운송비용과 미국, 유로존, 영국, 일본, 중국, 한국, 대만 등 주요 7개 제조업 국가의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을 조합해 만든 지수다. 뉴욕 연은은 최근 두 달 간 공급망 압력지수가 상승한 이유를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꼽았다. 중국의 물류 배송 시간이 길어졌다는 평가다.
중국이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벗어나 공장 재가동에 나서면서 공급망 압력지수는 다시 하락세로 꺾일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 정저우는 전 세계 아이폰 생산의 50%, 허난성 수출의 60%를 차지하는데 폭스콘 공장의 생산차질로 허난성 제조업 생산, 수출이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봉쇄 정책 해제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할 경우엔 생산 차질이 이어질 수 있지만 점차적으로 사업장 봉쇄가 사라지면서 생산이 정상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물류난도 풀리고 있다.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지난 달 23일 기준 1107.09로 작년초 5100선에서 빠르게 하락했다. 한은의 분석 결과 SCFI는 2019년을 100으로 볼 때 2021년 12월 607.3까지 올랐으나 작년 10월에는 188.0까지 하락했다. 항구 혼잡도도 2019년 100을 기준으로 미국의 경우 작년 4분기 143.0, 한국은 116.4로 최고점(2021년 4분기 306.2, 2021년 3분기 128.5)보다는 크게 하락했다. 운임지수와 항구 혼잡도는 코로나19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공급난, 물류난이 점차 해소될수록 자동차, 가전·가구 등 내구재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크게 혜택을 받는 나라는 미국이다. 지난 달 발표된 미국 11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 7.1%로 예상치(7.3%)를 하회했다. 전월비도 0.1% 상승에 불과했다. 자동차 생산 차질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중고차 가격이 전월비 2.9% 하락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까지 겹치면서 미국은 주요국 중 물가가 가장 빨리 올랐지만 작년 6월 9.1%에서 고점을 찍은 후 서서히 내려와 작년 1월(7.5%)보다 낮은 수준까지 물가상승률이 떨어졌다.
미국은 내구재의 물가상승 기여도가 작년 1분기 1.99%포인트(전년동월비)에서 4분기(10~11월) 0.43%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유로지역이 항만 적체와 전기료 급등에 따른 공장 가동률 저하 등으로 생산차질이 빚어지면서 같은 기간 내구재의 물가상승 기여도가 0.63%포인트에서 1.24%포인트로 오른 것과 대조된다.
| 주요국의 근원상품의 물가상승 기여도 출처: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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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공급난, 물류난이 풀리더라도 물가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애초에 공급차질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구재의 물가상승 기여도가 작년 1분기 0.24%포인트에서 올 4분기 0.26%포인트로 큰 변화가 없었다. 실제로 내구재 전년동기비 상승률은 작년 4분기 3.0%로 작년 1분기(2.9%)보다 소폭 더 올랐다.
한은은 지난 달 물가설명회에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물류비 증대, 환율·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그간 누적된 원가 부담이 작지 않아 상품 가격 상승률 둔화폭이 제약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운임료가 하락함에 따라 우리나라 운송지수 흑자폭은 둔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운송수지는 작년 1월 23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사상 최대치를 찍었으나 그 뒤로 추세적으로 하락, 10월엔 13억80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운송수입도 작년 7월 51억달러 수준에서 10월 37억달러로 석 달 연속 꺾였다. 운임료가 떨어질수록 운송수지 흑자폭도 축소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