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로 연금 환수된 공무원…法 "'재직 중 사유' 단정 어렵다면 무효"

by하상렬 기자
2022.11.27 09:00:00

2010년말 명퇴 후 일주일 뒤부터 요양시설 근무
시설 인건비 허위 청구 등 혐의로 징역형 집유→연금 환수
''명퇴 전부터 공모'' 근거…행정소송서 인정 안돼 취소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재직 중 사유’로 금고형 이상의 형사판결이 확정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 해당 공무원에 대한 연금 환수는 위법한 처분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사진=이데일리DB)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연금 등 제한지급 등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부산 지역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A씨는 2010년 12월31일 명예퇴직했다. A씨의 휴식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A씨는 2011년 1월7일부터 한 중증장애요양시설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A씨는 2018년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시설에서 위생원을 채용한 사실이 없음에도 인건비를 허위청구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것. A씨는 2020년 4월2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그 판결은 확정됐다.



형사판결 확정 이후인 2021년 3월24일 공무원연금공단은 A씨에게 2020년 5월 연금월액부터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이 절반 감액된다는 것과 5500만원 상당의 기지급금 환수를 고지했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됨에 따라 구 공무원연금법을 적용한 것이다.

이에 A씨는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명예퇴직일 이후부터 요양시설에 근무했기 때문에,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적용하는 공단의 처분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의 형사사건 판결에서 퇴직 전인 2010년 10월8일부터 요양시설 대표와 공모했다는 취지로 범죄사실이 기재돼 있지만, 그가 퇴직 일주일 뒤부터 근무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재직 중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며 “피고의 퇴직연금 제한지급처분과 환수금 산정 내역 기재와 같은 5500만원의 환수처분을 각각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