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논의만 무성한 국민연금 개혁...이러다 진짜 폭탄 될라

by논설 위원
2022.07.19 05:00:00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엊그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은 한국사회의 시한폭탄이 됐다”며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누구나 그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저항이 두려워서 지금까지 미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시정 연설에서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당내 내분과 정쟁으로 연금개혁을 미루다 이제야 다시 운을 띄운 셈이다.

국민연금의 구조적 위험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적절한 개혁의 타이밍을 놓쳐 미래 청년 세대의 부담을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의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올해 34조원인 연금 지출은 2026년 53조 원으로 늘어나는 반면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는 50만명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2057년으로 예고된 기금 고갈 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올해 글로벌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기금운용수익률은 4월말 현재 -3.79%로 손실 규모만 36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금 지급액(29조원)보다 훨씬 많은 돈이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이다.



이 같은 위기상황에서도 연금개혁을 지휘할 보건복지부 장관은 후보자 2명의 잇단 낙마로 여전히 공석이고 국민연금이사장 자리는 석달 째 비어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운용역들이 상반기에만 14명이 퇴사하는 등 정원 20%가량이 부족한 상태다. 2017년 국민연금 본부의 전주 이전 후 운용역 130명 이상이 이탈하는 등 기금운용본부는 만성적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운용자산 1000조원에 달하는 전세계 연기금 2위 규모의 국민연금이 핵심인력 부족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꼴이다.

연금개혁처럼 인기없는 정책은 구호만으로 성공할 수 없음을 우리는 문재인정부에서 경험했다. 연금개혁의 방향성과 정당성이 명확한 만큼 정부·여당은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하루빨리 개혁안을 마련하고 국민 설득에 총력전으로 나서야 한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의 리더십 공백도 신속히 메울 일이다. 전주 본사를 유지하면서도 서울 본부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우수인력을 확보, 기금운용의 전문성 제고에도 전력을 다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