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칩거’에도 5% 벽…심상정 지지율 정체 돌파구는?

by이유림 기자
2022.01.31 07:30:00

대선 레이스 복귀했지만 상승 동력은 아직
''지워진 사람들'' 캠페인·TV토론에 반등 기대
반기업 이미지 지우기…''유연한 후보'' 부각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마의 5%’ 장벽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측이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닷새간 일정까지 중단하며 숙고의 시간을 가졌지만, 대선 레이스에 복귀한 뒤에도 뾰족한 지지율 상승 동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의당은 ‘진보 금기 깨기’ 행보와 ‘TV 토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사진=방인권 기자)


28일 공개된 한국갤럽 1월 넷째주 정례 여론조사(지난 25~27일,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은 4%를 기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35%로 동률이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15%를 기록했다.

정의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등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정체성 위기를 겪었다. 지난 4·15 총선 때는 민주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공조 행보를 펼쳤지만, 민주당마저 위성 정당을 출범시키며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다. 거대 양당을 비판해온 정의당이 ‘역대급 비호감’ 평가를 받는 이번 대선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위기감이 팽배해지자 심 후보는 지난 12일 대선 일정을 전면 중단한 채 칩거에 들어갔고, 닷새 만인 17일 기자회견에서 ‘심기일전’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대선에서 지워진 목소리를 대변 △진보 진영에서 금기처럼 성역화된 의제 논의 △진영을 넘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회 공통의 가치 복원 등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심 후보는 대선에서 지워진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지워진 사람들’ 캠페인을 전개했다. 지난 21일 심 후보가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 씨를 만난 게 이 캠페인의 첫 일정이었다. 지난 27일에는 경찰젠더연구회와 만나 “여성 경찰관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일부 정치인의 행태가 매우 부끄럽다. 대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에서 성역화된 의제도 과감하게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연금개혁, 정년연장, 노동자 자녀 특별 채용 등이 대표적이다. 심 후보는 설 연휴 이후 연금개혁 로드맵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심 후보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접촉면도 넓혀가고 있다. 지난 19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의 면담이 첫 시도였다.

심 후보는 최 회장과 만나 “제가 그동안 반대해온 것은 독점과 담합, 갑질 경제이자, 민주주의 밖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헌법 규범의 토대 위라면 그 누구보다도 제가 기업을 위해 협력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친노동’을 내세우는 심 후보는 “나를 반기업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며 오해라는 취지로 해명해 눈길을 끌었다.

대선 후보 간의 ‘TV토론’도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앞서 정의당은 이재명 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양자 TV토론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지지율이 하루아침에 확 오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며 “대통령 후보로서 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