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이 답이었나…부동산 덕에 가계자산 역대 최대 증가

by이윤화 기자
2021.07.23 00:12:00

한은, 2020년 국민대차대조표 잠정치 공개
토지자산이 전체 우리나라 순자산 규모 중 75%
가계 순자산도 부동산 덕 12% 역대 최대 증가

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시중 통화 유동성이 급증한 가운데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재산이 작년 한 해에만 1094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역대 두번째 증가 폭이었다. 가구 당 순자산도 5억원을 넘었고, 특히 가계 순자산 증가율은 12%에 육박하며 역시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22일 공동으로 발표한 ‘2020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민순자산은 1경7722조2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093조9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국민순자산 규모를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약 9.2배 더 많았다. 국부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한 비교로 총생산으로 순자산 규모를 따라 잡으려면 9년 정도 소요되는 것이다.

자료=한은


국민대차대조표란 매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 경제주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규모를 측정한 통계로 국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부동산을 비롯한 비금융자산은 물론 금융자산과 금융부채 규모 등을 모두 포함한다.

지난해 국부를 자산 형태로 나눠보면 비금융자산 중 생산자산은 7484조6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70조6000억원(3.8%)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부동산 등 비생산 자산은 915조7000억원(10.4%) 증가한 973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건설 투자나 연구개발 등의 생산성이 있는 자산보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 상승으로 국부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주요 경제주체들의 자산 비중 집중도는 부동산을 비롯한 토지자산에 쏠려 있다. 토지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917조원 늘어, 1년 전에 비해 10.5% 증가했다. 비금융자산에서 토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77%를 기록했다. 지난 2001년 71.1%로 저점을 기록한 후 땅 값 상승 영향에 증가세를 이어왔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투자로 가격 상승 폭이 유달리 컸다.



토지 가격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GDP 대비 토지자산의 배율도 5배를 기록, 지난해(4.6배)보다 더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2년 연속 경신했다. 이는 현재의 명목 GDP 수준으로 토지자산 성장 규모를 따라 잡으려면 약 5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명목 GDP는 0.4%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토지자산이 10% 이상 증가한 영향이다.

반면 지난해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으로 국내외 주식시장으로도 많은 자금이 몰렸으나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금액이 더 크게 늘면서 순금융자산은 감소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순대외 금융자산은 지난해 4661억달러로 517억달러 줄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 증가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 증감율은 2018년(5.6%) 이후 2019년까지(6.8%)까지 한 자릿 수 증가세를 이어오다가 지난해 11.9%로 두 자릿 수 증가,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가계의 자산 중 토지자산의 비중 확대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총자산은 주거용 부속 토지를 포함한 주택이 5344조원(42.8%), 주택이외 부동산 2419조6000억원(19.4%), 현금 및 예금 1968조4000억원(15.8%),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986조2000억원(7.9%) 등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가계의 자산 확대가 벌어들이는 소득이나 유용할 수 있는 자금 대비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 대비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과 부동산자산 배율은 각각 9.6배, 7.2배로 2019년(8.8배, 6.7배)에 비해 상승해 이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가 벌어들이는 소득을 각각 10년, 7년 동안 모두 모아야지만 축적할 수 있는 자산의 규모란 뜻이다. 생산적인 소득으로 자산을 불린 것이 아니라 빚을 내 투자 한 뒤 차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자산을 늘렸거나, 거래 이외에 자산 가격 급등으로 자연스럽게 자산이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영향에 가구당 순자산 규모도 늘었다. 정확한 계산은 어려우나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을 추계가구 수로 나누어보면 지난해 5억 1220만원으로 2019년말 4억6297만원 대비 10.6%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손진식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 B/S팀 팀장은 “GDP 대비 토지자산 배율이 지난해 이어 계속해서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2020년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특히 더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