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높아진 스타트업 밸류에…빨라지는 VC 클럽딜 시점

by이광수 기자
2021.03.10 02:30:00

시드 이후부터 곧바로 공동투자
"리스크 분산…치열한 딜소싱 완화 효과도"
"VC 내부 네트워크 중요성↑"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풍부한 유동성에 스타트업 가치가 올라가면서 여러 투자사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클럽딜(공동투자) 시점이 빨라지고 있다. 클럽딜은 펀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국내 벤처캐피탈(VC)들에게 후기 단계 일반적인 투자 방법으로 확산돼왔다.

다만 최근에는 ‘제2의 벤처붐’이라고 불릴 정도로 최근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대기업을 포함해 벤처 투자에 나서는 주체들은 늘어 딜 소싱이 어려워지면서 시드(Seed)이후 곧 바로 클럽딜 형태로 투자하는 형태가 눈에 띈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모빌리티 스타트업 진모빌리티는 12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투자 유치 규모가 적지 않은 만큼 클럽딜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클럽딜은 동일한 기업가치에 여러 투자기관이 동시에 나눠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하는 뱅크샐러드도 마찬가지로 클럽딜 형태로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한 곳에 1000억원을 투자할만한 VC 펀드가 국내에는 많지 않아서다. 지난해 1000억원 이상 결성된 펀드는 15개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전년(6개) 대비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앞서 수천 억원대 자금을 유치했던 토스와 마켓컬리, 무신사 등 유니콘 기업의 경우에도 모두 후속 라운드를 클럽딜 형태로 진행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유망 스타트업의 경우 기업 가치가 높아 펀드 사이즈가 맞지 않은 것도 있지만 투자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VC 네트워크가 있는 경우 클럽딜로 서로에게 기회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최근에는 클럽딜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통상 100억~250억원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시리즈A 단계에도 클럽딜이 자주 눈에 띈다.

인공지능(AI) 대화형 모바일 앱 ‘가상남녀’ 제작사인 마인드로직은 DSC인베스트먼트(241520)와 스트롱벤처스, 텍톤벤처스, 파르텍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시리즈A 단계 투자를 유치했다. 신약 개발 바이오 오스티오뉴로젠 시리즈A 단계에도 마그나인베스트먼트와 대교인베스트먼트, HB인베스트먼트 등이 클럽딜 형태로 투자하기도 했다.

최근 유동성 장세에서 스타트업의 상대적인 기업가치가 높아진 영향이다. 지난해 신규 벤처펀드 결성 금액은 6조5000억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높아진 기업가치만큼 리스크가 커져 여러 하우스들이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를 노린다는 설명이다.

또 투자 전 여러 번 기업에 대해서 평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각 하우스마다 투자심의위원회를 개최하게 된다”며 “새로운 관점에서 기업을 평가할 수 있게 돼 못 봤던 것들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딜 소싱이 자체가 어려워진 것도 한 몫 한다. 신생 벤처캐피탈과 액셀러레이터, 대기업 CVC 등 벤처 투자에 뛰어드는 곳들이 늘어나며 투자 기회를 잡는 게 예전보다 어려워진 탓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에 뛰어드는 곳이 많아지면서 기존 네트워크안에서 ‘상부상조’하는 경향도 있다”며 “서로 번갈아가면서 리딩하며 클럽딜을 진행하기도 한다”며 밝혔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미 다 만들어놓은 딜인데, 한 하우스에서 투자가 어려워진다면 의사결정이 동시에 느려지는 위험도 있다”며 “클럽딜이 고착화되면서 VC 내부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