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회사는 왜 재택근무 안 해요?"…이유 살펴보니
by박한나 기자
2020.03.15 00:40:00
사무실 집단감염 사태...재택근무 확대에 관심
업무상 불가능>업무효율 저하 우려 등 꼽혀
기업 10곳 중 6곳 "못 하거나 안 한다"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서울 구로구 콜센터 등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속속 발생하면서 월요일을 앞둔 직장인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종일 상담을 하는 탓에 콜센터는 특히 취약한 구조이지만, ‘밀폐된 사무실’과 ‘좁은 사회적 거리’라는 조건은 대다수 직장에도 해당한다.
| 2일부터 희망자를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한 SK텔레콤 고객센터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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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정부는 공직사회에 ‘교대 재택근무’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사무실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필수 요원을 제외하고 부서별로 일정 인원이 원격근무를 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중 가장 높은 강도의 지침이다. 사기업도 비교적 재택근무가 쉬운 업종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 실시한 각종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재택근무 중이거나 계획 중인 기업은 10곳 중 4곳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확산 및 장기화에 따른 불안함은 커져가면서 직장인들은 ‘우리 회사는 언제부터 재택근무를 할까’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택근무에 대한 고민은 비단 노동자뿐만이 아니라 기업도 다르지 않다.‘우리 사무실에서 확진자가 발생할까’라는 불안함에도 쉽게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못하는 기업의 속내에는 ‘업종 특성상 어려움’과 ‘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지난 12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8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재택근무 실태’ 설문에서 재택근무에 돌입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 중 29.8%에 불과했다.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은 48.7%가 재택근무를 실시중이라고 답한 반면, 중견기업 42%, 공공기관 30.4%, 중소기업 24.3% 순으로 비율이 저조했다.
재택근무를 하지 못한 이유로는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가 불가능하다’(29.9%)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아예 재택근무에 대해 고려조차 안 하는 듯(19.3%) △확진자가 나와서야 할 계획인 듯(15.5%) △재택근무 환경이 구축되어 있지 않음(14.7%) △재택근무는 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5.5%) 등의 응답이 나왔다.
| 코로나19와 관련해 재택근무 여부 설문조사 .(사진=사람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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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11일 실시한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기업 1089개사를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재택근무 실시 의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5곳 중 2곳(40.5%)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거나 실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특히 업무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진 대기업과 중견기업(각각 60.9%, 50.9%)은 절반 이상이었으나, ‘중소기업’은 36.8%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금융·보험’(73.3%), ‘정보통신·IT’(58.8%), ‘석유·화학’(55.6%), ‘전기·전자’(50%)의 재택근무 동참 비율이 높았고 업종 특성상 현장근무가 필수이거나 현실적으로 재택근무가 어려운 ‘기계·철강’(14.3%), ‘건설’(20.8%), ‘제조’(29.7%) 등은 낮은 동참률을 보였다.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하는 이유(복수응답)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 대응 차원’(84.4%)이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회사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있어서(21.1%) △직원들이 불안해 해서(17.7%) △방학 연장으로 육아에 어려움 있는 직원 배려하기 위해(17.7%)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기업들은 재택근무 시 기존 업무량의 67.3%만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재택근무에는 동참하지만 사실상 업무적인 손실이 있을 것으로 감안한 것이다.
사람인 조사에서도 재택근무를 실시할 계획이 없는 기업(648개사)은 그 이유로 ‘업직종 특성상 현장 근무가 필수여서’(56.9%,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는 준비되지 않은 재택근무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아서’(28.7%), ‘재택근무 시스템을 준비할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해서’(25%), ‘재택 시 직원 통제 및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15.7%), ‘재택근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9.7%),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7.9%) 등의 이유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재택근무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재택근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산 지원’(30.6%)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재택근무 직원들의 책임감 있는 업무’(20.8%), ‘재택근무 도입 가이드라인’(17.1%), ‘재택근무 업무 플랫폼 무료 지원’(14.8%) 등을 꼽았다.
국내 기업보다 대체로 유연한 근무환경으로 알려진 다국적 기업들의 사정은 어떨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에 대한 선택권은 보다 높은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헤드헌팅 업체인 스탠튼 체이스의 한국지사인 스탠튼체이스코리아는 국내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기업 167개(유럽 기업 42%, 북미 기업 31% 등)를 대상으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설문 응답(복수응답 포함)을 보면, 다국적 기업의 65%는 재택근무 선택을 할 수 있으며 56%는 직원 개인별 탄력 근무 조정 가능, 28%는 재택근무 의무화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7%는 이전과 동일한 근무 형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재택근무에 대한 우려는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재택근무를 시행한 기업 응답자의 42%는 재택근무 때문에 생산성 감소를 겪고 있다는 응답했다. 재택근무 시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생산성 감소 42%, 큰 차이 없음 34%, 아직 알 수 없음 18%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