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의 부동산톡] 부동산 가계약 파기 및 가계약금 반환의 판례 법리

by양희동 기자
2019.12.21 05:06:38

[김용일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최근 아파트 가격에 변동이 심하고 정부 부동산 정책 발표의 영향 등이 있어서인지 부동산 가계약금 관련 분쟁 및 상담 요청이 증가하고 있는바, 이번 시간에는 부동산 가계약 파기 및 가계약금 반환에 대해 판례 법리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다.

예를들어, 2019.12.16.에 아파트 특정 호수를 지정하여 매매가격을 10억원으로 하고, 계약금을 1억원으로, 중도금 없이 잔금을 9억원으로 하기로 정하며, 당일에 계약금 중 일부인 2천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계약금 8천만원은 며칠후인 2019.12.21.에 정식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는 날 지급하기로 구두 또는 문자 등으로 약정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위 사례에서 가계약금으로 2천만원을 지급한 상태에서의 부동산 계약 파기의 법리에 대해 살펴 보겠다.

이 경우는 가계약금으로 2천만원이 지급되었지만, 계약금 총액은 1억원으로 약정된 상태이므로, 민법상 계약금의 법리에 따른다.

민법상 계약금은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해약금으로 추정되는데(민법 제565조), 해약금의 법리란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때까지(예를 들어 중도금 또는 잔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급하거나, 부동산을 인도하기 전까지)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매도인은 계약금의 2배액을 제공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사례에서 계약금은 실제로 수수된 2천만원이 아니라 1억원이므로, 결국 2천만원을 가계약금으로 받았던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받았던 2천만원의 2배액인 4천만원을 반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1억원의 2배액인 2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관련하여 법원은 매도인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받은 상태에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기 때문에,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매도인이 계약금의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4다231378 판결).

다만, 계약금은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해약금의 법리가 적용되는 것이므로, 위 사례에서도, “만일 위 매매계약의 어느 당사자든지 계약을 해제하기로 할때는 실제 지급한 가계약금을 기준으로 해약금의 법리를 적용한다.”는 취지의 별도의 특약을 하였다면, 약정된 계약금인 1억원이 아니라 실제로 지급된 가계약금인 2천만원을 기준으로 해약금의 법리가 적용될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위와 같은 계약금의 해약금 법리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일단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해야, 계약의 효과로서 계약금이 해약금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고 하였고(대법원 2000다51650 판결), “부동산 매매에 관한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5다39594 판결).

따라서, 위와 같은 판례의 설시에 따르면, 매매계약의 성립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경우(예를들어 매매대금, 계약금 등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소액의 가계약금만 먼저 지급했다고 하여도,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이 해약금으로 추정되는 것이 아니고, 위와 같은 계약금 반환 법리의 적용이 없을 것이다.

예를들어, 2019.12.16.에 부동산중개사로부터 아파트 특정 호수 매물이 나왔다고 연락이 와서 일단 해당 물건을 선점하고 싶다는 생각에 가계약금조로 2천만원을 입금한 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는 구체적으로 매매대금, 계약금 등 매매계약의 주요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므로, 매매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

매매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은 것이라면,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이미 계약금 등 금원을 지급한 것 역시 원인무효가 된다. 따라서, 위 계약을 추후 포기시, 매수인은 실제로 지급했던 2천만원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고, 매도인은 자신이 지급받았던 2천만원을 반환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추가적인 손해가 있더라도 그 배상을 받기가 어렵다.

가계약금 분쟁과 관련해서는 위와 같은 사례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계약금조로 금원을 주고 받았음에도 그후 어느 당사자의 변심으로 언제든지 본 계약 체결을 포기하고, 이에 따른 불이익이 전혀 없다고 하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이런 측면이 고려되어, 최근 하급심 판례 중에는, 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가계약금 지급 후 본계약 체결을 포기하면 가계약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취지의 예외적인 판결이 선고된 적이 있다(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가소21928 판결).

그러나, 위 하급심 판결은 기존 대법원의 입장과 배치되는 점이 있어, 확립된 판례 법리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우선은 앞서 말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라,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상태라면 그 후 계약 포기시에는 이미 수수된 돈을 전부 반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결국 가계약금 관련하여서는 분쟁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계약금이 수수될 때, ‘해약금의 취지로 별도의 약정’을 하면 좋을 것이다. 예를들어, “돈을 받은 매도인이 본 계약 체결을 포기하려면 실제로 지급받았던 돈의 2배를 지급해야 하고, 돈을 지급한 매수인이 본 계약 체결을 포기하려면 지급한 돈도 포기해야 한다.”와 같은 취지로 약정을 하였다면, 위 약정의 효력이 우선적으로 유효할 것이다.

◇김용일 변호사

△서울대 경영대 △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 현 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현 부동산/상속팀 팀장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부동산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상속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