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본궤도…우여곡절 겪었지만 ‘산 넘어 산’
by김미영 기자
2019.04.30 00:48:45
여야4당 추인 후 일주일만에 특위 통과
향후 논의 과정서 한국당 설득 과제
여야4당 각자 다른 이해셈법도 걸림돌 될라
|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개특위 개의를 저지하기 위해 바닥에 누워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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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선거제 개편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혹은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의 설치·운영안,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29일 밤, 30일 새벽 결국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4당이 각 당에서 지난 23일 이를 추인한 지 딱 일주일만이다.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자유한국당의 강한 반발과 여야4당의 엇갈린 이해셈법에 따라 향후 논의과정이 순탄치만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사법개혁특위는 29일 밤 각각 전체회의를 열어 해당 법안들의 패스트트랙 지정 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정개특위는 한국당의 강력한 반발 속에 차수변경을 통해 30일 새벽 처리됐다.
정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현행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인 국회의원 의석을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조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함께 비례대표는 권역별로 후보자 명부 중 2순위까지 석패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선거연령은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도록 했다.
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법안은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3당이 마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과 바른미래당에서 낸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법안 이렇게 두 건이다. 두 법안은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를 대통령과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및 총리실, 대통령비서실·안보실·경호처·국정원, 검찰총장, 지방자치단체장, 장성급 장교,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7000여명으로 한 내용은 같다. 다만 여야3당 안은수사 대상을 고위공직자의 부패뿐만 아니라 범죄까지 포함하는 고위공직자 ‘범죄’ 행위에 두고 있는 데 반해, 권은희 의원이 낸 바른미래당 법안은 고위공직자의 범죄 행위 중에서도 ‘부패’ 행위에 초점을 맞췄단 차이가 있다.
아울러 여야3당 안은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에 대해 수사권을 갖되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도록 했다. 바른미래당 안은 이러한 기소권에 대해서도 ‘기소심사위원회’를 둬서 기소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형사소송법안과 검찰청법안을 일컫는다. 검사는 부패·경제·공직자범죄·선거·방위사업범죄 등 중요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권을 가지도록 한 내용이 뼈대다.
일단 패스트트랙 열차가 출발하긴 했지만,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이날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최대 330일 이후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60일 등이다. 본회의 운영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의장이 안건을 바로 상정할 경우 약 60일을 앞당길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9개월이 소요된다.
이 시간 동안, 극렬히 반대해온 한국당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게 여야4당의 우선 과제다. 특히 선거제안은 내년 총선의 ‘룰’을 정하는 법안인 만큼 여야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압박이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따라 즉각 장외투쟁 등 강경대응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9개월 동안 여야4당의 법안을 둘러싼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 논의를 어렵게 할 수 있단 관측도 있다. 당초 여야4당이 25일까지 패스트트랙 지정을 완료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바른미래당 등 당내 사정으로 시일이 늦어진 점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역시 선거제 문제에 있어선 향후 불리하단 계산이 서는 당이나 정파의 반대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