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가 전하는 4차산업과 예술

by류성 기자
2019.04.21 06:05:05

[이상미 이상아트 대표]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고 소설도 쓰면서 예술에 뛰어들었다. 그렇다면 예술가는 위기를 맞은 것일까? 아니다.

이상미 이상아트 대표

영국의 작가 마이클 윌슨은 그의 저서 ‘한 권으로 읽는 현대미술’에서 “모든 동시대 작가들이 작업 제작에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그 기술을 일종의 행정 적인 도구로 이용한다”라고 지적했다.

예술과 기술은 불가분의 관계다. 기술 발전은 예술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미술사에서 비약 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계기 중 하나는 1841년 미국의 존 랜드가 발명한 튜브 물감이다.

물감을 튜브에 넣어서 야외로 쉽게 들고나가게 되면서 인상파 화가들은 풍경화를 자유 롭게 그릴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미술적 표현의 한계가 확장됐다.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술가로 미디어아트의 개척자 백남준을 예로 들 수 있다. 백남 준은 1961년 모든 돈을 털어 13대의 텔레비전을 샀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비밀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그는 하루 종일 텔레비전 화면을 변형시키는 연구를 진행했다. 백남준은 이 스튜디오의 존재를 비밀리에 붙였다. 혹시라도 자신의 기술이 다른 예술가에게 누설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1963년 3월 독일의 시골마을인 부퍼탈에서 13대의 텔레비전을 이용 해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이라는 파격적인 전시를 열었다. 2차 산업 시대와 3차 산업 시대의 사이로 기계가 급속도로 발달하던 때였다. 백남준의 영향으로 신진예술가들에게서 텔레비전을 적극 활용한 예술 작품들이 다양하게 생겨났다. 백남준은 예술이 미래를 이끄는 신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4차 산업은 예술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기술은 기존 제약이 있던 표현의 한 계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3D프린팅은 일일이 깎고 자르고 붙였던 지난한 작업 방식을 벗어나도록 한다. 빅데이터와 가상현실 기술의 융합은 새로운 예술이 탄생할 수 있 도록 한다. 블록체인은 불법 콘텐츠 복제 및 유통, 저작권 권리 문제를 해결해 미술품 유통 에 기여할 수 있다.

인공지능 또한 예술에 쓰인다. 노진아 작가는 인공지능과 3D프린팅을 통해 ‘진화하는 신 가이아’를 만들었다. 가이아는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생명체이다. 작가는 기계와 인간이 서 로 구분할 수 없을 만큼의 생명성을 지니면, 기계와 인간은 과연 어떤 미래를 공유할 것인 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관람객은 가이아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이나 신기술을 통해 가짜 예술가 행세를 하 거나 모방 작품이 성행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시장보다 치열하 고 냉엄한 미술시장에서 어설픈 모작이 통할 리 만무하다. 4차 산업의 신기술로 예술가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가 펼쳐져 있다. 4차 산업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은 예술가의 몫이다. 4차 산업으로 예술은 얼마나 더 발전할까? 예술가들의 새로운 작품이 기다려진다.

◇이상미 대표는 프랑스 정부 산하 문화 통신부로부터 ‘프랑스 문화 자산 및 문화 서비스 전문가’ 자격증을 외국인 최초로 수석으로 2010년에 취득했다. 파리 현대 미술 갤러리 및 드루오 경매회사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서래마을에 있는 이상아트 스페이스에서 회화, 설치, 조각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시와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