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제이슨 본'으로 보는 '디지털 빅브러더'

by김민구 기자
2016.08.10 03:00:00

[이재원 문화평론가·한양대 실용음악과 겸임교수] “ ‘미남’ ‘미녀’라고 검색하면 인식하지 못해.”

휴대전화에서 수시로 찍는 사진을 자동으로 저장해주는 서비스 이용자가 늘면서 이런 농담이 등장했다. 지난 5월 구글 포토 이용자 수가 1년만에 2억명을 돌파할 정도로 사진 보관 서비스 이용이 일상화됐다. 사진을 번거롭게 다운로드받거나 인화해두지 않고 휴대전화와 연동해 자동으로 사진을 백업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편리함 덕분이다. 여기에 머신러닝 기능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안면인식 기능으로 동일인의 사진만 모아주기까지 한다. ‘크리스마스’ ‘생일’ 등으로 검색하면 관련 사진을 그룹핑해 보여준다. ‘미남’이나 ‘미녀’라고 검색하면 인식하지 못한다며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자학성 개그’가 등장할 정도로 구글은 이미 촘촘히 나의 얼굴을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구글은 개인정보 무단 수집 의혹을 받으며 일부 국가들과 소송을 진행중이다.

2007년 영화 ‘본 얼티메이텀’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영화 ‘제이슨 본’이 ‘본 시리즈’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9일 현재 240만8278명·영화진흥위원회 기준)하고 세계적으로도 북미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는 도처에 깔린 CCTV, 멀웨어(악성 소프트웨어), 녹음 추적 장치 등을 통해 출연 인물 움직임을 실시간에 가깝게 포착하는 등 이른바 ‘빅 브라더’ 시대를 활짝 열었다.

그리스에 은신 중이던 제이슨 본(배우 맷 데이먼) 앞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해킹한 파일을 들고 나타난 전직 CIA요원 니키(줄리아 스타일스)는 곧 CIA 추적에 노출된다. CIA의 신임 사이버 팀장 헤더 리(알리시아 비칸데르)는 그리스 시위대 한 복판에서 필사적으로 인파 속에 섞이는 본과 니키 위치를 파악한다. 인공위성이 그리스 시내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순간 본과 니키 위치는 맥없이 노출된다. CIA는 이내 이들 동선을 따라가며 도주 경로까지 예측해 저격수에게 5초 뒤 위치까지 미리 전달한다.



본이 니키에게 받은 해킹 파일을 작동시키는 순간 또 다시 위치가 드러난다. 해킹 당하는 동안 리가 원격조종으로 파일에 멀웨어를 심어뒀기 때문이다. 본이 파일을 열 때 작동된 멀웨어를 통해 리는 파일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된다. 본이 필사적으로 자신의 아버지와 관련된 트래드스톤 프로그램 정보를 뒤지는 모습이 생중계되듯 CIA 본부에 전달된다. 이밖에도 녹음과 동시에 위치까지 추적되는 장치 등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유리알처럼 들여다볼 수 있는 첨단기기들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이같은 기술을 이미 활용하는 CIA는 테러 방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아이언 핸드’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려 한다. 아이언 핸드는 전국민을 항상 감시하는 프로그램이다. CIA는 이를 위해 정보기술(IT)기업 딥드림을 활용하고자 하지만 딥드림의 대표 칼루어(리즈 아메드)는 이에 저항한다. 올해초 총기 테러 용의자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두고 아이폰과 FBI가 법정 소송까지 갔던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과연 테러 방지를 위해 모든 사람이 감시 대상이 되는 것이 합당한가. 감시 대상이 된 개인은 제대로 정체성을 갖고 보호하고자 했던 국가의 건강한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본 아이덴티티’(2002년) ‘본 슈프리머시’(2004년) ‘본 얼티메이텀’(2007년) 등 ‘본 시리즈’에서 제이슨 본은 냉전 시대 영웅이 아니라 CIA 비밀 프로그램 요원인 동시에 CIA 공격을 받으며 쫓기는 가운데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쓰는 고독한 인간이다. 제이슨 본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거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본 얼티메이텀’에서 얻은 듯 보였지만 이번 ‘제이슨 본’에서도 아버지와 얽힌 진실을 새롭게 알게 된다. 자신이 트래드스톤 프로그램을 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죄책감을 덜어내는 제이슨 본은 마치 나 자신에 대해 스스로 아는 듯 보이나 실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맞닿아있다. 나의 정체성을 해킹한 파일에서 찾기를 바라는 이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