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남북공동위 '마라톤' 회의 끝에 협상 결렬(상보)

by장영은 기자
2015.07.17 01:09:54

전체회의 포함 5차례 접촉…이견 차이 쉽게 좁히지 못해
최대 쟁점인 임금문제 포함 3통·근로조건 개선 등에서도 성과 없어
초반 분위기 좋았으나 추가 회담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마무리

[개성=공동취재단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1년여만에 열린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이하 남북공동위)가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16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개최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는 오전에 전체회의 1회, 오후에는 4차례에 걸쳐 공동위원장(수석대표) 회의를 진행했으나 남북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회담을 마쳤다. 통상 합의 사항과 회담 결과에 대해 공유하는 전체회의(종결회의)도 없었고, 추가 협상 날짜도 잡지 못했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회의에서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임금 문제를 비롯해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당면 현안 과제 등에 대한 입장을 교환하고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핵심 안건이었던 개성공단 임금문제는 물론 다른 현안들에 있어서도 양측은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회담에서 북측은 작년 11월 개성공단 노동규정을 일방적으로 개정하고, 올해 3월분 임금부터 최저임금을 5.18% 인상한다고 통보한 것이 북한의 ‘주권 사항’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우리측은 북한의 이러한 조치가 ‘개성공단은 남북이 협의해 운영한다’는 남북 합의사항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강조하고 남북간 협의를 통한 임금 인상 방안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임금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북측 당국 뿐 아니라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남북 당국자들간 회담이 진행되는 중 취재진과 만난 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는 “여기가 세계에서 가장 임금이 낮은 곳이다. 10년 동안이나 했는데 임금이 이렇다”며 “50불로 시작해서 지금이 70불이다. 남조선 근무자들은 한달에 3000달러씩 받지 않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회의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최근 날씨 이야기 등으로 대화를 풀어나가며 우호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이야기가 서로 잘 이어지는 것을 보니까 오늘 회의가 비교적 전망 있지 않겠는가 기대를 가지게 된다”고 말하는 등 긍정적인 기류가 흘렀다. 그러나 오전 회의를 통해 양측 입장 차이를 확인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회의를 한 시간 보다 다음 회의를 준비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점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는 부분이다.

오전 전체회의 종료 후 오후 공동위원장 회의가 시작되기까지는 3시간 50분이나 걸렸고 이후에도 회의 시간은 1시간 이하였던 반면, 회의 사이에 각각 입장을 조율하고 다음 회의를 준비하는 시간은 1시간이 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올해 첫 남북 회담이자, 개성공단 관련 다양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1년 1개월만에 열린 남북 공동위가 성과 없이 끝나면서 향후 남북 관계 개선 및 개성공단의 안정적인 운영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