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민구 기자
2015.04.09 03:00:01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돈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금리가 5%일 때 원금이 두 배 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14년이라면 금리가 2%이면 35년, 1%이면 70년이 걸린다. 상상하기 싫지만 만일 0.1%가 되면 693년이 소요된다. 초저금리에서는 돈을 증식하는데 핵심이 되는 복리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노후 준비가 어렵게 됐다. 상황은 이렇게 변했는데 우리의 돈은 대부분 확정금리상품에 들어가있다.
은행 예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600조원에서 이제는 1100조원으로 급증했다. 기업의 현금 및 단기성자산 역시 금융위기 이전 40조원에서 100조원으로 늘었다. 보험사는 10년 동안 채권자산이 70조원에서 290조원으로 무려 220조원 증가했다. 증권사도 채권자산이 2009년 70조원 수준에서 150조원 대로 껑충 뛰었다. 200조원에 이르는 사적연금(개인연금과 퇴직연금)도 대부분 원리금보장상품이다.
고령화로 국가가 늙어갈 뿐 아니라 돈도 늙어버린 것이다. 예금이나 채권은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라기 보다는 확정된 금리만 받기 때문에 야성(野性)이 있는 돈이 아니다. 장수시대를 대비해 늙어 버린 돈을 젊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투자자산 비중을 늘리되 원본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야생마에 고삐를 채우는 셈이다. 자산을 철저히 분산하고 메가트렌드(mega trend)가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분산 투자하고 자산, 채권, 부동산, 대체투자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해야 한다. 또한 소비재, 헬스케어처럼 향후 30년 정도 유망한 분야에 투자하면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도처럼 젊은 국가발전에 투자할 수 있다. 향후 20년 동안 20억~30억 명이 증가하는 중산층이 소비할 제품을 만드는 최우량 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 선진국 고령화에 우리나라와 중국까지 가세하면서 거대하게 열리는 헬스케어 시장에 돈을 갖다 두는 것이다. 채권도 한 국가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지역에 분산해 각국 금리 변동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둘째, 돈을 본인에게 본인 스스로를 젊게 만들어야 한다. 돈의 가치는 초저금리로 떨어지는 반면 일의 가치는 급증한다. 100만원 받던 일의 가치가 금리가 5%일 때 2억4000만원 이었다면, 2%일 때 6억원, 1%일 때 12억원으로 껑충 뛴다. 12억원의 1% 이자면 매월 1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그 일부를 일의 가치를 높이는 데 쓰면 좋다. 퇴직을 앞두고 본인에게 투자하고 일을 통해 일정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베이비부머가 대량 은퇴하는 시대에 손쉽게 하는 소자본창업이 아니라 기술을 익혀 창업을 하거나 월급을 받아야 한다. ‘1인1기(一人一技)’가 있어야 100세 시대 파고를 넘을 수 있다.
확정금리에만 들어 있던 돈이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조로(早老)하는 게 어쩔 수 없는 대세다. 본인에게 투자하고 외부의 좋은 기회에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완연함 봄을 맞아 돈도 회춘(回春)을 시켜야 할 때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