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400억 '밴 리베이트' 싹 자른다..여전법 개정 추진

by이준기 기자
2014.01.02 06:00:00

연 2400억원 아낄 듯..‘IC단말기’ 교체 비용에 투입 유도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금융당국이 결제대행업체인 밴(VAN)사가 대형 가맹점을 유치하고자 관행적으로 제공하던 리베이트 자체를 불법화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연 2400억원으로 추산되는 리베이트 자금을 가맹점 집적회로(IC) 카드 단말기 교체 작업에 쓰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12월 27일 밴사로 선정해주고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코레일유통 전 대표이사 이모(65)씨 등 10명을 구속하고 12명을 불구속입건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금융당국에 건의했다.

그동안 밴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이 규정한 신용카드업, 할부금융업 등에 해당하지 않아 금융위의 직접적인 감독과 검사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 2011년 여전법 개정으로 마트나 백화점, 주유소 등 대기업들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금지됐지만, 당시만 해도 직접 현금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밴사에는 국회도 별다른 주목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대기업이 전산 유지보수비, 가맹점 관리대행 등의 명분을 내세워 밴사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기는 구조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도 수사 과정에서 대형 가맹점 법인이 받은 리베이트 규모는 수백억원이 넘는 거액임에도 처벌규정이 없어 일부 불공정거래행위만을 고발하는 데 그쳤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검찰의 건의를 받아들이고, 여전법 개정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려면 현행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는 부족하다”며 “여전법 개정을 통해 밴사 가맹점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을 전면 금지하면 약 2400억원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렇게 아낀 돈을 밴사의 IC카드 단말기 교체 비용에 쓰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MS카드 불법복제에 따른 사고 예방을 위해 MS신용카드를 모두 IC로 전환하고, 기존 MS단말기를 IC단말기(MS겸용)로 바꿔 이달부터 MS신용카드 신용구매거래 및 MS신용카드 카드대출(현금서비스)을 제한할 방침이다.

그러나 작년말 전체 가맹점 단말기 중 POS단말기를 제외한 252만대 중 IC단말기(MS겸용)는 120만대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IC카드 전용단말기가 30만원대에 이르는데 정부에서 보조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카드사와 밴사, 가맹점 모두 비용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말기 공급주체인 밴사는 돈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고, 가맹점으로서는 단말기를 교체하는 데 추가로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 꺼리게 되는 것”이라며 “리베이트 근절이 이뤄지면 연 2400억원을 아끼게 되는 만큼 이를 단말기 교체 비용에 쓰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