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박철곤 전기안전公 사장 "깨부숴라, 뻔한 생각"

by안혜신 기자
2013.09.24 06:10:00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국전기안전공사 1층 로비에는 내년 이전하는 전주 신사옥 모형이 자리잡고 있다. 이 사옥 모형은 일반적인 공기업 건물같지 않게 우주선이 하늘로 비행하는 것 같은 독특한 외형을 보유하고 있어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 독특한 신사옥의 디자인을 진두지휘한 인물이 바로 박철곤(61) 전기안전공사 사장이다.

이 독특한 외관의 건물 디자인이 확정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차 공모에서 박 사장의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2차 공모를 다시 진행했다. 여기서 박 사장이 가장 중요시한 부분이 ‘고정관념 깨기’였다.

“신사옥은 뻔한 사각형 건물이 아닌 좀 더 혁신적으로 개성도 있고, 미래 지향적이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익숙한 것이 좋아보이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고정관념입니다. 고정관념에 빠진 사람의 눈에 좋아보이는 것은 혁신성이 없다는 말이죠.”

이렇게 탄생한 신사옥에 대한 박 사장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전기안전공사 전주 사옥’이 독특한 외형으로 자주 언급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홍보가치가 있다는 것이 박 사장의 생각이다.

박 사장은 신사옥의 디자인을 설명하면서 상대적으로 공기업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지는 혁신, 혹은 고정관념 파괴와 같은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미래를 향해 나가야한다는 이야기는 자주 하지만 실상은 모두 현실안주에 급급하죠. 특히 공공부문은 다른 부문보다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한편입니다. 하지만 민간이나 국민 전체의 삶을 규율하는 공공부문의 혁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박 사장의 지론이다. 국가와 사회의 발전은 공공부문의 선도적인 발전이 있을 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왕 변해야 한다면 내가 스스로 먼저 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변화되기보다 내가 먼저 변하고 변화를 선도해야하는 것이죠. 그래야만 사회와 조직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고정관념 파괴와 혁신을 중요시하는 박 사장이 전기안전공사에 부임한지도 2년이 흘렀다. 총리실에서만 업무를 진행했던 그의 눈에는 2년 전 처음 마주하게 된 공기업의 업무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아무래도 검사기관인만큼 직원들은 정형화 된 업무를 정형화 된 방식으로 하는데 익숙한 모습이었어요. 이걸 깨우고 나가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2년동안 적어도 직원들이 미래를 보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게 됐다는 점을 성과로 꼽을 수 있겠네요.”

이는 박 사장이 취임하면서 도입한 주식시장형 인사시스템과 일맥상통한다. 주식시장형 인사시스템은 인기있는 주식의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열심히 일한 직원이 직장 내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누구에게나 선호되도록 하는 전기안전공사의 독특한 시스템이다.

“두 번 이상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 사람들도 그냥 도태시키지 않고 능력향상과 태도 변화를 위한 부서를 따로 둡니다. 기본은 모두가 잘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면 수시로 평가 받도록 하는 것은 물론 적재적소에 인사 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취임 직후 복장자율화를 실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은 누구나 현장에서 일할 때 필요한 안전복 외에는 언제든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할 수 있다.

혁신과 고정관념 파괴를 중요시하는 박 사장의 사고는 실생활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 사장은 소위 말하는 ‘카·페·트(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를 능숙하게 다룬다. 직원들과의 소통의 창구로 이러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21세기는 과거처럼 동네에서 나가면 만날 수 있는 세상이 아니죠. 사실상 얼굴을 대면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습니다. 대신 SNS가 요즘은 그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따라서 이런 ‘연결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세상과 연결하는 끈이 사라지는, 결국 고립되는 것이라고 볼수밖에 없죠.”

박 사장은 인터뷰 중간 카카오톡 대화가 쌓여있는 휴대폰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SNS 활용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직원들에게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줄 뿐, 본인 스스로 과도하게 게시물을 올리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 “SNS 활용을 잘못하면 지나치게 신상잡기 중심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보니 그런 것은 지양하고 같이 생각해 볼 문제에 대해서 같이 소통하고 고민해보자는 것이죠. 사이버 세상 속에서도 많은 중요한 일들 일어나고 있는만큼 그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박 사장은 누구의 도움없이 스스로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연동 방법 등을 연구해서 활용하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있을 때 제자리 서있으면 도태되는 것이죠. 결국 제가 SNS를 활용하는 것도 그동안 주장한 혁신과 일맥상통 합니다. 기업도 국가도 가만히 서있으면 도태되죠. 스스로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야 합니다.”

박 사장은 올 여름 원전 가동 중단 등으로 심각한 수급부족 사태를 겪었던 전력난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수요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고, 공급은 쉽게 늘리 수 없는 구조인만큼 수요 초과는 계속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는 인적과실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져서 더욱 극심한 전력난을 겪었다.

“구조적인 문제와 인위적인 문제 두가지를 모두 해결해야 합니다. 결국 전력요금을 올리고 전력구조를 개편해야하는 것이죠. 수요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장에서 가격에 의한 수요 통제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공부문에서만 경쟁하는 것은 한계가 있죠. 따라서 민간부문에서 좀 더 과감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확실한 경쟁시스템 도입해줄 때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인위적인 부분은 이 부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획기적인 의식 개혁과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장장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감시 강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종일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답하던 박 사장은 전기안전공사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무엇보다 전기안전을 통해서 국민 행복을 뒷받침하는 곳이 되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야한다는 것이 박 사장이 생각하는 전기안전공사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아쉬운 점도 토로했다. 전기설비에서 사용자설비는 100% 전기안전공사가 점검하고 있지만 공급자설비는 극히 일부만 하고 있다는 것. 그러다보니 이 부분에서 피해가 많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제도가 완성돼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박 사장의 목표다.

“우리 공사가 잘못하고 시스템이 잘못돼서 국민들이 불편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누구보다 앞서나가서 먼저 내다보고, 거기에 필요한 안전기술 개발 표준제정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국민 행복을 이끄는 공사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목표라면 제 임기가 끝나고 난 뒤 ‘그 사람 있을 때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1952년생. 전북 진안에서 태어났다. 부산진고를 나와 한양대 행정학사와 행정학 석사를 취득했다. 행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국무조정실 총괄심의관, 복지노동심의관, 심사평가조정관을 거쳐 2005년 규제개혁조정관, 2007년 기획관리조정관을 맡는 등 공무원 생활 대부분을 총리실에서 보냈다. 2011년 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