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유정 기자
2012.05.03 10:05:00
빚은 늘고…수주잔고는 줄고
[이데일리 김유정 기자] 수십 년 넘게 찾는 단골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유명 설렁탕집이나 `원조`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오래된 맛집을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 수십 년째 찾아오는 단골손님들도 그 집을 처음 찾은 그날이 있었을 법. SRE 워스트레이딩에도 지난 14회 조심스레 첫 방문을 했던 기업이 두 번째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단골이 될 조짐이 보인다. 바로 한진중공업이다.
15회 SRE에서 106명의 설문 참가자 24명(22.6%)의 응답자가 한진중공업 신용등급 `A 부정적`이 적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14회 SRE 이후 한국기업평가가 한진중공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지만 자문위원들의 냉정한 평가는 여전했다. 오히려 득표수는 지난번(112명중 21표)보다 더 많아졌다.
한진중공업은 2007년 8월 ㈜한진중공업홀딩스(옛 한진중공업)의 건설 및 조선부문이 인적분할돼 설립됐다. 건설부문(2011년 시공능력순위 15위)은 공공토목 공사에, 조선부문(2011년 3월 회사 및 필리핀 현지법인 합산 수주잔량기준 세계 17위)은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회사다. 한진중공업은 2007년부터 꾸준히 `A 안정적` 등급을 유지해오다 올 3월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한진중공업의 영업실적은 꾸준히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보면 2009년 매출액 3조 6787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344억원에서 2010년 3조1902억원, 3392억원, 2011년 2조8915억원, 1997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차입금은 갈수록 불어났다. 순차입금 규모는 2009년말 2조8546억원에서 2010년 2조6440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2011년말 다시 3조원을 넘어섰다. 차입금의존도는 2009년말 50.6%에서 2010년 49.6%, 2011년 54.9%까지 치솟았고, 부채비율도 2009년 292.8%, 2010년 275.3%, 2011년 276.9%를 기록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차입금 부담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해외투자가 한 몫 한다. 필리핀 현지법인 HHIC-Phil(수빅조선소) 관련 2010년말 6000억원의 출자 및 관련권 8000억원 등 총 1조3000억원(관련 채무 제외)의 회사 자금 부담이 발생했다.
또, 필리핀 현지법인의 선수금 1조1000억원 및 차입금 7000억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어 수빅조선소와 관련 한 재무부담이 큰 상태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A등급의 차입금의존도는 평균 30.0~39.9%, BBB급이 40.0~49.9% 수준"이라며 "한진중공업의 차입금의존도는 55%에 육박하고 있어 A급 가이던스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A등급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차입금 규모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