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F 2011]③ 선진국 '추락' VS 신흥국 '점프'

by유환구 기자
2011.04.29 08:00:00

美·EU·日 선진경제권 '흔들', 글로벌 경제 주도권 상실
中·브라질 등 신흥경제권 부상..10년내 GDP 선진국 추월

[이데일리 유환구 기자] "새 천년이 시작된 2000년대 첫 10년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빅 제로(Big Zero)`의 시기였다" (폴 크루그먼, 2009년12월29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기고문中)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10년간 미국 경제는  `제로 고용`과 `제로 이익` 등에 시달렸으며 기대했던 좋은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기대감소의 시대''로 표현되는 이 같은 크루그먼의 인식은 한때 물가안정 속에 고성장을 지속하던 이른바 골디락스(goldilocks)라는 황금기를 누렸던 미국 경제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지난 2007년 하반기부터 몰아닥친 ''서브프라임'' 폭풍이었다.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 선진 경제권에게 `잃어버린 시간`이라는 절망감을 안겼다는 평가다.

반면 이같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나라들이 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이른바 신흥국의 반란이다. 물론 신흥국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똥을 완전히 피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직격탄은 맞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중심추는 금융위기를 거치며 한층 빠른 속도로 신흥국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제로 금리와 대규모 부양책으로 이뤄진 `양적완화`라는 처방전을 꺼내들었다. 덕분에 경기는 최소한 겉으로는 바닥을 찍고 회복 국면에 들어선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미국경제는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여기에 막대한 무역적자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국가신용등급이 뚝 떨어진 것도 이같은 쌍둥이 적자의 적폐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 세계경제성장률 추이(자료: 글로벌 인사이트) ※선진국은 구미 일본 등 31개국. 신흥국은 브릭스 등 54개국. 개도국은 나머지119개 국가.




그리스발(發)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유럽지역도 여전히 긴장감이 팽팽하다. 그리스는 일시적인 구제금융으로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경제성장률은 뒷걸음질치며 금융위기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아일랜드, 스페인 등 다른 유럽경제권도 위기의 징후가 점차 짙어지고 있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었던 일본도 국내총생산(GDP)의 두배에 달하는 국가부채의 덫에 걸려 휘청거리고 있다. 여기에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에 따른 복구비용 증가로 재정부담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

윤창용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2차 양적완화조치가 거의 끝나가는 등 선진 경제권은 금융위기 당시 도입했던 각종 유동성 공급장치가 마무리단계에 들어섰다"며 "풍부한 유동성 공급에 기반한 경기회복은 점차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신흥 경제권엔 햇살이 비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덜 받은 덕에 즉각적인 긴축정책을 실시하는 등  후유증을 수습하고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도약대에 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올 들어 기준금리만 두차례, 지급준비율은 네차례나 인상했고, 그 결과 통화지표인 광의통화 공급량(M2) 증가율은 정부 목표치인 16% 수준까지 하락하는 등 돈줄을 죄고 있다. 올 1분기 GDP증가율도 전년동기대비 9.7%에 달하는 등 전망치를 계속 웃돌고 있다.
 
▲ 각 그룹의 연대별 성장률 전망치(참고: 삼성경제연구소) ※A8(G7+호주)은 선진국 8개 국가. E11은 신흥국 11개국가. G20에서 EU는 제외.



중국뿐 아니라 브릭스(BRICs)의 다른 국가들도 눈에 띄게 약진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6%에 달했던 인도는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계속된 지난해에도 7.2%, 브라질도 7.5%나 성장하는 등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멕시코와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등을 일컫는 `MIKT`권의 신흥경제권도 브릭스의 뒤를 이어 고속 성장폐달을 밟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들 경제권은 연말이면 전세계 GDP의 1%를 처음으로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신흥 경제권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을 확고히 틀어쥐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 2008~2010년간 각각 0.1%, -3.4%, 2.5%로 부진을 면치 못한 반면 신흥국의 경제성장률은 같은 기간 5.8%, 1.6%, 6.9% 로 선전하고 있다.

질적 측면에서도 주력 수출품의 고부가 가치화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신흥경제권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금융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활용해 그동안 축적된 자본과 고성장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한 플레이어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G20 국가중 신흥 11개국(E11:G7과 호주, EU를 제외한 11개국)의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6.8%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20 전체의 평균 성장률 3.8%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셈이다.

한발 더 나아가 2020년에는 E11 국가의 GDP가 G20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구매력 기준으로는 2018년에 선진 8개국(A8:G7+ 호주)의 수준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주도권은 사실상 신흥국들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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