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수연 기자
2010.03.19 09:40:00
은행산업 수익성 악화..해외진출 생존 문제로 부각
`가만히 있으면 국내 시장도 뺏긴다` 영토확장 절박
[이데일리 창간10주년 특별기획]
[이데일리 김수연 기자] 은행 산업의 수익성이 하향 곡선을 그린지는 꽤 오래됐다. 이미 포화상태로 변해버린 국내시장의 경쟁 환경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다. 이젠 생존을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다. 다름아닌 지역이나 사업부문에 대한 영토확장이다. 망원경을 들이대면 여전히 미진하다. 은행 산업 경쟁력의 현주소다. 하지만 현미경으로 보면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꿈틀거리는 곳도 적지 않다. 차별화한 영토확장에 나서고 있는 금융권 현장을 여덟차례에 걸쳐 담아봤다.[편집자주]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2009년 당기순익은 고작 6300억원이었다. 시중 금리의 급락 때문이었다. 2008년 4분기 5.44%였던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는 불과 두분기 만인 2009년 2분기 2.41%까지 곤두박질쳤다. 예상치 못한 속도로 금리가 떨어지자 가계대출이 많은 국민은행이 그대로 `당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은행들은 주가지수 등락에 따라 순익이 춤을 추는 증권업을 `천수답경영`이라며 비웃곤 했다. 하지만 은행도 하나 다를 게 없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절정이던 2009년 말, 국내 대형 시중은행장 A씨는 입술이 타들어갔다.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문제였지, 그의 은행은 멀쩡했는데도 외화를 빌려줬던 은행들이 대출을 회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리 은행이 문제없는 건 당신들이 더 잘 알지 않느냐, 갑자기 돈을 거둬가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설득하고 사정했지만 안통했다. 결국 외화대출을 갚고 엄청나게 비싼 금리에 다시 빌려올 수 밖에 없었다. A행장은 해외 은행들의 `봉` 노릇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개탄스러웠다. 나라 밖에서 소매영업을 해 현지 예수금을 받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 오래전부터 추진해 왔던 프로젝트긴 했지만, 해외법인을 설립해 현지 영업을 해야 한다는 그의 확신은 더욱 굳어졌다.
한때 우리나라의 금융업, 특히 은행은 `땅짚고 헤엄치는` 장사였다. 자본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넘쳐 공급자 우위였다. 라이선스 산업이던 은행은 아무리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해도 고객이 줄을 섰다.
그러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9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두 차례의 금융위기를 겪고 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국내 은행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 됐고, 그나마 국내 시장도 지키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진입해 소매시장 일부를 차지했고, 대기업 고객은 완전히 빼앗겼다. 이제 국제경쟁력 없이는 국내 생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신시장을 개척, 영토를 넓히지 않으면 더이상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은행산업의 수익성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은행은 대부분 예수금과 대출의 금리차이를 먹고 사는데, 이를 나타내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꾸준한 하락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