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해운업계, 대우로지스틱스 어찌하오리?

by정재웅 기자
2009.06.28 10:25:25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해운업계와 포스코(005490)가 고민에 휩싸였다. 해운회사 대우로지스틱스 인수 때문이다.
 
포스코는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해운업계가 이에 강하게 반발, 업계 대표단이 포스코 본사를 방문하자 포스코는 이후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거래선인 대우로지스틱스가 포스코 제품과 원료를 안정적으로 운반할 수만 있다면 굳이 인수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포스코의 관심사는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통한 해운업 진출 자체에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굳이 해운업계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하지만 대우로지스틱스의 경영위기가 지속된다면 포스코의 자세는 달라질 수 있다. 제품과 원료 운반의 안정적 채널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으로 인수작업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운업계는 국내 몇 안되는 대형화주인 포스코가 해운업에까지 진출하게 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판국에 고객 하나를 잃게된다는 우려로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최근 포스코에 포스코를 직접 찾아가 해운업 진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해운업계 내에서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리고 있다.
 
일부 대형해운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해운업계가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이같은 방안은 포스코의 인수작업에 명분을 더 얹어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능력도 안되는' 해운업계가 말만 앞세우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 이는 포스코의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명분을 더 강화시켜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게 해운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포스코도 고심중이다. 해운업계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 인수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러나 "해운업계가 향후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지켜보자는 입장이며, 인수 포기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스코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라면 인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포스코의 입장에선 이번 건이 해운업에 진출한다기 보다는 원가절감 등을 위해 안정적인 물류채널을 확보하려던 차원이었는데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사실 포스코는 이미 20여년 전에 해운업에 진출했었다. 지난 90년 해운업체인 거양해운을 인수했으나 97년 정부가 대량화물(제철원료, 발전용 석탄 등)에 대해서는 화주가 선사를 운영하지 못하도록 해운법이 개정되면서 해운업에서 손을 뗐었다.

포스코가 이번에 추진한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는 사실 포스코가 그룹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포스코의 계열사로 철강제품 수출입업과 부산물 판매 등을 주로하는 포스틸이 주체다.

따라서 이미 제품 수출입업을 하는 포스틸이 원료운반까지 맡는다면 충분히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것이 포스코의 복안이었다. 아울러 이미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대우로지스틱스를 회생시켜 장기적으로는 해운업계에도 도움을 준다는 생각도 있다.



포스코의 입장에선 연간 물량의 10% 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대우로지스틱스가 무너질 경우, 새로운 운반책을 찾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때문에 아예 인수를 통해 대우로지스틱스를 살리고 안정적으로 키워보자는 계산도 있다.

그러나 해운업계의 반발에 밀려 포스코의 대우로지스틱스 인수건은 현재 '오리무중' 상태다.

포스코의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해운업계의 경우, 일단 포스코의 인수 움직임을 차단했다는 점에선 1차적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있을 문제에 대해서는 해운업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선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길까 두려워 포스코의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반대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가 이렇게 강하게 하나로 똘똘 뭉쳐 반대하는 것은 결국 자기들이 먹을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결국엔 해운업계의 밥그릇 지키기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음 문제는 포스코가 대우로지스틱스를 포기한다고 해도 국내 해운업계에서는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우로지스틱스와 포스코는 이미 장기계약을 맺어둔 상태여서 포스코가 인수한다고 해도 해운업계에는 큰 영향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업계가 반대하는 것은 결국 대우로지스틱스를 부도로 몰고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건으로 해운업계의 모양새가 조금 안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일본 신일철 등 철강회사의 경우 해운업체와 협력하는 윈-윈 전략을 가지고 상호간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