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일제 급락..`잇단 실적 악화`

by김기성 기자
2008.10.22 01:32:48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21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일제히 급락세를 타고 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캐터필라, 프리포드 맥모란 쿠퍼 앤 골드 등 주요 기업의 잇단 분기 실적 부진이 악재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전날 부각됐던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은 뒤로 물러나고 경기후퇴(recession) 우려감이 앞으로 나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어음(CP)과 양도성예금증서(CD) 매입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요 지수가 잠시 상승세로 돌아서기도 했으나 냉각된 투자심리를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국제 유가의 급락과 경기후퇴 우려감으로 인해 원유등 상품주가 동반 내림세를 타고 있는 것도 주요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2시12분 현재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9073.64로 전일대비 191.79포인트(2.07%) 떨어졌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22.70포인트(2.30%) 급락한 962.70을 기록중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723.79로 46.24포인트(2.61%) 후퇴했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물 인도분은 전일대비 배럴당 4달러 하락한 70.2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美연준, CP 매입 착수..CD도 매입키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단기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어음(CP)과 양도성예금증서(CD) 매입에 착수한다.

연준은 머니마켓투자펀드기구(MMIFF)라는 특수 목적 기구를 설립, 만기 90일 이내의 기업어음(CP)과 양도성예금증서(CD) 매입을 진행하기로 했다.

CP 매입은 자금난에 봉착한 기업들의 숨통을 틔여주기 위한 방안으로 연준은 지난 7일 CP 매입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연준이 CP 매입에 나선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연준은 아울러 시중은행이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예금증서인 CD도 사들이기로 했다. CD의 경우는 달러 표시로 매입 대상이 제한된다.

연준은 "이번 조치로 자금시장의 유동성이 개선되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간의 대출은 물론 기업과 가계에 대한 자금 지원도 원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 경색 완화..라이보 7일째 하락리먼 사태 이전 회귀

달러 유동성을 가늠하는 라이보(런던은행간금리)가 7일 연속 하락,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보호신청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미국 등 각국 정부의 강도높은 금융시장 개입이 달러 자금시장의 경색을 완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3개월짜리 라이보는 4.96%로 전일대비 3bp 떨어졌다. 이는 지난 9월12일 리먼의 파산보호신청 이후 최저치다.



하루짜리 라이보도 23bp 하락한 1.28%를 기록, 지난달 3일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밑으로 내려갔다.

로렌스 머트킨 모간스탠리 채권 전략가는 "각국 정부의 조치들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며 "추가 하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코리안, 포드에서 손 뗀다..보유주식 매각

억만장자 투자가` 커크 커코리안이 이끄는 투자회사 트라신다가 포드자동차에서 손을 떼는 수순에 들어갔다.

이날 포드의 2대 주주인 트라신다는 포드 보유 주식 730만주를 팔았으며, 나머지 주식 1억3350만주(6.1%)도 겜블링과 에너지 부문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트라신다는 "겜블링, 호텔, 에너지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포드 주식을 추가 매각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 투자은행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라신다를 이끄는 커코리안은 포드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멀럴리의 회생 계획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면서 지난 6월 보유 지분을 1억4080만주(6.43%)까지 늘려 2대주주로 등극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시장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16년래 최악의 판매부진을 겪으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커코리안이 기존 입장을 바꿔 포드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포드(F) 주가는 6% 하락세다.

◇TI, 선마이크로, 듀폰, 씨티 `하락`..화이저 `상승`

세계 최대 휴대폰칩 제조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XN)는 분기 실적 실망감으로 8.8% 떨어졌다.

전날 장마감 직후 발표된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3분기 순이익은 5억6300만달러(주당 43센트)로 전년동기 7억5800만달러(주당 52센트) 대비 26% 감소했다. 팩트셋리서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주당 44센트에 못미친 것이다.

미국 4위 서버 컴퓨터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즈(JAVA)도 월가 기대치에 못미친 3분기 매출 발표 여파로 17% 급락세다.

미국 3위 화학업체인 듀폰(DD)도 3분기 순이익 급감과 연간 순이익 예상치 하향 조정으로 인해 6.4% 하락세다.

듀폰은 특별항목을 제외한 연간 순이익 예상치를 종전의 주당 3.45~3.55달러에서 3.25~3.30달러로 낮춰 잡았다. 월가 전망치인 3.47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 최대 은행인 씨티그룹(C)은 내년 후반까지 이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나온 이후 8.7% 급락세다.

반면 세계 최대 제약업체인 화이저(PFE)는 월가 예상치를 넘어선 순이익 발표에 힘입어 1.1% 오름세다.

화이저의 특별항목을 제외한 주당순이익은 62센트로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60센트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