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6.11.13 07:19:20
1820세대 용돈쓰기 여전히 ‘남성 우위’ BC 체크카드 사용처 보니…
옷·화장품·액세서리 여성매장 큰손은 남자
인터넷쇼핑이 단연 1위 서점 이용 月2780원뿐
[조선일보 제공] K대학 1학년인 손모(19)씨는 학생증을 겸한 체크카드가 한 장 있다. 손씨는 지난달 체크카드로 모두 8만9200원을 썼다. ‘6일 종로 S주점 3만7500원, 8일 T제과점 1만2000원, 21일 F화장품 2만4700원, 24일 C노래방 1만5000원.’
8일은 여자친구와 소개팅으로 만난 지 100일째 되는 날. 그녀에게 줄 선물로 화장품을 샀고, 노래방도 그녀와 단둘이 갔다. 지난달 체크카드를 그은 4건 중 3건이 ‘여친’을 위한 것이었다.
손씨는 “다른 달에도 비슷하게 여친을 위해 용돈을 썼다”며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 맘이 편하다”고 했다.
우리 사회 많은 분야에서 ‘남녀평등’이 자리잡고 있고, 취업 등 일부 분야에선 여성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10대의 용돈쓰기에선 아직도 ‘남성 우위’가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본지는 BC 체크카드를 쓰는 18~20세 전국 남녀 17만명(남성 6만5000명, 여성 10만5000명)이 올 들어 9월까지 사용한 금액과 사용처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은 여성을 위해, 여성은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들은 한 달에 체크카드를 3.3번 그었다. 월 평균 사용금액은 8만600원. 남성(8만1500원)이 여성(8만원)에 비해 약간 많았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통장 잔액 한도 안에서 쓸 수 있는 체크카드의 특성상 과소비는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남성들은 자신의 체크카드로 남성복보다는 여성복을 많이 산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은 1인당 남성복을 사는 것엔 한 달 평균 1923원을 쓴 반면, 여성복에는 3173원을 썼다. 여성복 매장에서 체크카드를 그은 남성들은 씀씀이도 컸다. 남성들은 한 번 여성복을 구입할 때 5만700원을 쓴 데 비해, 여성들은 여성복을 한 번 살 때 3만6400원을 썼다.
화장품·액세서리를 살 때도 비슷했다. 화장품 가게에서 남성은 한 번에 2만4500원을 썼고, 여성은 한 번에 1만9900원을 썼다. 액세서리 가게에서 한 번 카드를 사용할 때 남성(6만6000원)은 여성(3만3000원)보다 두 배를 썼다.
이들은 체크카드를 어디서 주로 사용했을까. 남성과 여성이 확연히 달랐다. 남성은 인터넷 쇼핑·한식·양식·백화점·스포츠레저, 여성은 인터넷 쇼핑·백화점·여성복·할인점·한식 순으로 사용액이 많았다. 남녀 각각 상위 사용처 30곳을 따져 봤더니, 남성은 자동차학원과 주유소가 상위권에 오른 것에 비해 여성은 화장품, 치과가 상위권에 있었다.
이들에게는 인터넷 쇼핑이 대세였다. 남녀 가릴 것 없이 인터넷이 사용장소 1위에 올랐다. 이들에게 인터넷 쇼핑 금액은 전체 체크카드 사용액의 13%에 달했다. 이는 백화점과 할인점 쇼핑액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반면 서점에서 체크카드를 쓴 금액은 적었다.
이들이 한 달에 책을 사는 데 쓴 돈은 1인당 평균 2780원으로 1권이 채 안되는 금액이었다.
10대에서 예상외로 더치페이(자기 몫을 각자 지불하는 것)보다는 남성 지불이 많은 이유에 대해 해석은 분분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10대 남녀의 데이트는 정서적 교환행위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한국 남성이 여성에게 뭔가를 더 주려는 성향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강태영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 국장은 “요즘 우리나라 10대 남성들은 자기가 필요한 건 어머니가 골라주는 것을 쓰고, 대신 여자친구에게 주는 것은 자신이 선택하는 풍조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