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조국을 사랑하며 조국은 나를 보호하고 있음을 확신한다"[생생확대경]

by김관용 기자
2024.11.25 05:00:00

2025년 예산안 심의서 軍 처우 개선 예산 다수 반영
늦었지만 일부라도 이뤄져 다행, 아직 갈길 멀어
예산 확대는 단순히 돈 문제 아닌 軍 정체성과 직결
부대관리훈령 15조, 국가가 간부들에게 증명해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2025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마무리 단계다. 장교·부사관 인건비 증액 등 군 간부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복무여건 개선 예산이 다수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초급간부 확보 문제가 국방 현안으로 대두된 지 오래다. 군 간부들의 직업만족도 하락에 따른 중견 간부 이탈도 심각한 상황이다. 진작 대책을 마련하고 지출을 늘렸어야 했지만, 이제서야 일부분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지만 늦게나마 다행이다.

군 간부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단순히 병장 월급 200만 원 인상으로 인한 급여 역전과 열악한 복무 여건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현상을 너무 단순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같은 재정적 지원 문제는 결국 군의 기저에 있어야 하는 군복에 대한 명예와 자부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2024년 학군장교 임관식 뒤 임관 소위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군 간부들은 새벽 출근과 심야 퇴근, 초과근무가 일상이다. 행정병은 사라졌는데 문서 처리와 행정 업무는 더 늘었다. 휴대전화와 카카오톡·텔레그램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잦은 이사와 자녀 교육 등을 위한 이산가족 생활로 가족에게는 항상 미안함뿐이다. 조직 논리에 파묻혀 ‘워라밸’은 남 얘기다. 병사들의 개인 휴대전화는 언제든 간부들을 고발할 수 있는 ‘무기’다. 이 모든 것을 참고 버텨도 진급 스트레스는 전역할 때까지 따라다닌다.



특히 하사·중사·소위·중위 계급의 초급간부들은 교육훈련 외에 부하 지도와 부대 관리도 해야 한다. 병사들과 나이는 또래지만 간부라는 이유 때문에 책임감과 부담감은 엄청나다. 업무를 끝내고 녹초가 돼 돌아온 숙소는 형편없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당직근무를 서는데, 돌아오는 건 밥값을 빼고 고작 7000원이다. 기본적인 생활여건은 물론이고, 고생한 만큼 경제적으로 보상해 주어야 하는 당연함이 군에는 없다. 그런데도 상관에 대한 충성과 부대에 대한 헌신을 강요한다. 군복이 싫어지는 이유다. 이런 대우를 받으며 내가 왜 여기서 이걸 하고 있느냐는 생각이 들면 떠나는 것이다.

즉 현재 우리 군이 겪고 있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체성 문제다. 힘들고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군대를 떠나진 않는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고, 그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면 된다. 보상이 따라와야 앞으로 뭘 해야할 지 찾아 연구하고 실천한다. 그렇게 전문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에서 자신의 미래 비전을 가꾸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직업으로서 매력적인 군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우수 자원들이 군을 찾게 될 것이다. 군대가 유능한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15조에는 “나는 조국을 사랑하며 조국은 나를 보호하고 있음을 확신한다”는 문구가 있다. 전투에 임하는 군인의 자세와 포로가 됐을 때 행동해야 할 내용을 담은 ‘군진수칙’의 일부분이다. 이 문구가 우리 군의 정체성이 돼야 한다. 예산 한푼 두푼 더 주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우리 군을 사랑해 입대한 청춘들에게 조국이 나를 보호하고 있다는걸 증명하는 접근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