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테스트 또 발목…전차 '심장' 국산화, 이제는 결단해야[현장에서]

by김관용 기자
2024.08.26 05:00:00

튀르키예 수출 중인 전차 변속기
최근 시험서 또 내구도 기준 '미달'
중대 결함 아니지만 '감사' 등 우려에
방사청, 사업분과위 상정 '머뭇머뭇'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 당국이 K2 전차 4차 양산분에 국산 변속기 탑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변속기 국산화 테스트에서 내구도 성능이 기준치인 320시간·9600㎞ 무중단 가동에 미치지 못해서다. 튀르키예 수출용 변속기로 진행한 테스트에서 목표 시간은 대부분 채웠지만 달성 거리는 9200여㎞에서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심각한 결함은 아니여서 K2 전차 탑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주무기관인 방위사업청은 ‘품질 미달’ 장비 도입에 따른 감사 등을 우려해 사업분과위원회 상정을 주저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차 ‘파워팩’은 엔진과 변속기에 냉각장치를 통합한 핵심 구성품으로 ‘전차의 심장’으로 불린다. 군 당국은 K2 전차 개발 초기 외산 엔진과 변속기로 파워팩을 구성해 적용하는 것으로 2003년 전차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파워팩까지 국산화해 완전한 국산 전차를 만들자는 계획에 따라 2005년 964억 원(엔진 488억+변속기 476억 원)을 들여 국산 파워팩을 만들기로 했다.

SNT다이내믹스의 1500마력 변속기 (이데일리DB)
핵심 부품인 엔진과 변속기 개발에 성공한 이후 이를 탑재할 차체를 개발하는 게 정상적이지만, 거꾸로 차체 먼저 개발하다 보니 파워팩 개발 지연으로 K2 전차 사업 자체가 정체되는 꼴이 됐다. 게다가 1200마력의 K9 자주포 변속기 개발 성공으로 자신감에 찬 군 당국과 개발 업체는 1500마력의 전차 변속기도 금방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오판’했다. 더 높은 마력에 더 까다로운 변속 조건의 파워팩을 3년 만에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독일이 10년 넘는 시간을 들인 것과 비교된다.



특히 1500마력 파워팩 개발이 처음이다 보니 해외 전차 파워팩 수명 보장 기준인 9600㎞를 그대로 가져왔다. 9600㎞는 교체 수명을 의미하는 것인데, 무고장 연속 주행 거리로 규격을 만들었다. 무고장 7000㎞ 수준에서 중단된 변속기 내구도 평가는 이후 국방규격의 모호성과 외산과의 형평성 문제 등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에 K2 전차 2·3차 양산 사업에서도 국산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로 파워팩을 구성해 장착했다.

국산화 중단 이후 7년여 동안 변속기 제작사인 SNT다이내믹스는 성능 개량을 지속했다. 자동변속기 핵심 부품인 변속제어장치(TCU), 정유압조향장치(HSU), 변속장치, 유체감속기, 브레이크 등의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특히 자체 활로 모색으로 튀르키예 수출 성과도 냈다. HD현대인프라코어 엔진과 SNT다이내믹스 변속기 조합이 K2전차의 튀르키예 버전인 ‘알타이’ 전차에 먼저 탑재되는 것이다.

사실 변속기를 ‘단순 정비’도 없이 9600㎞ 무중단 가동한다는건 공학적으로 무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그간의 품질개선으로 성능을 검증받아 수출길에도 올랐다. 이에 더해 업체 측은 정비 대체장비(MF장비) 추가 납품과 현장기술지원센터 설립을 약속했다고 한다. 품질보증 기간도 기본 3년에 1년을 더 해주는 것도 제안했다.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K2 전차 탑재가 결정되면 폴란드 수출 전차에 독일제를 달지 않아도 된다. 제작업체 뿐만 아니라 협력사들의 일감 창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당국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