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없는 중국, 소득재분배는 고민[e차이나]

by이명철 기자
2024.07.28 07:59:55

상속세 명문만…주택 상속시 인지·등록세 내
빈부격차 확대되면서 도입 검토하지만 보류 중
중 경제 부동산발 침체, 보유세도 도입 미뤄져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우리 정부가 25년만에 상속·증여세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주요국 제도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국(OECD) 회원국 상속세를 부과하는 곳이 23개국에 그치고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이 26%로 한국(50%)보다 낮은 점을 제도 개편의 이유로 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OECD에 가입하진 않았지만 경제 규모가 큰 중국 역시 아직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1949년 이전까지만 해도 상속세에 대한 규정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과세하지 않았다. 중화인민공화국 체제에서는 사실상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속되는 재산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릴 명분이 없었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고 사유재산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중국은 1985년 상속법을 제정했고 2003년 중국공산당 제16기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는 사유재산을 인정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속세를 도입하진 않고 있다.

중국의 상속법을 보면 상속재산은 ‘국민이 사망할 때 남길 수 있는 적법한 재산’이라고 정의하며 주택, 저축 같은 현금, 저작권·특허권 등을 상속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상속 개시 후에는 법정 승계에 따라 처리하도록 했지만 세금에 대한 언급은 없다. 상속법 제정 이유가 세금 부과보다는 사망 후 재산 승계와 관련한 문제 해결에 목적을 뒀기 때문이다.

다만 상속 시 주택 같은 부동산을 물려받게 된다면 일정 부분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증여에 대한 세금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법에 따르면 통상 피상속인의 사망 등으로 주택을 물려받게 될 때 상속인은 계약 인지세로 0.05%를 납부하고 주택 감정가액 2%를 등기 수수료로 내야 한다. 법정 상속인이 아니라면 취득세 명목으로 1.5%를 추가 납부한다. 우리나라 같은 상속·증여와 비교하면 세금 부담은 크게 낮은 수준이다.



중국에서도 상속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적이 있다. 중국이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그동안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빈부 격차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잘 사는 세상(공동부유)을 주창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침과도 맞지 않다.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의 거리에서 시민이 3중전회 폐막 기사가 보도된 신문을 보고 있다. (사진=AFP)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소득분배지표로 활용되는 지니계수는 2022년 기준 0.47에 달한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한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지니계수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해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0.324다.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선 자산가들로부터 세금을 받아 소득재분배에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중국에서는 제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이 마무리될 때 중국이 상속세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돌았고, 중국 국무원은 2018년 상속세 도입을 연구하기 위해 ‘소득분배 개혁 심화에 대한 의견’을 승인하기도 했다.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중국에서 상속세 도입은 지연되고 있다. 이미 사유재산을 형성한 많은 중국인들의 반발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소득재분배도 중요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저항을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역시 최근까지 도입을 물색하다가 비슷한 이유로 결국 미뤄졌다.

중국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상속세나 보유세를 도입할 형편도 되지 않는다. 현재 중국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대 상승폭에 머무는 디플레이션에 놓였으며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경제 위기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의 한 법률 전문가는 “상속세나 보유세를 도입할 경우 반발도 염려되지만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당분간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