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금반지 팔아먹은 ‘도둑 남편’과 못살겠어요[양친소]

by최훈길 기자
2024.07.14 07:09:26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4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출연
결혼 한지 7년 차입니다. 남편이 집안에 있는 금품, 물건, 돈을 훔쳐 갑니다. 아이들 금반지는 돈도 돈인데 잘 크라고 축복하면서 주신 마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형편도 좋지 않은 친정 부모님도 두 아이 금팔찌를 해주셨고 친언니, 가까운 친구들도 금반지를 해줘서 모아둔 금반지가 꽤 있었습니다.

최근 금값이 많이 올라서 ‘팔아서 아이들 계좌에 넣어줄까’ 싶어 보석함을 열었는데요. 보증서만 후두두 떨어지는 겁니다. 도둑이 들었나 싶었어요. 신고하겠다고 남편한테 말했더니, 본인이 2년 전에 팔았답니다. 사업하는데 그때 돈이 너무 급했다는 거예요. 아무리 급해도 저한테 상의도 없이 이건 너무 하지 않나요?

이 일 이후, 잘 생각해보니 결혼 반지가 떠오르더라고요. 반지 끼는 게 불편해서 화장대 서랍에 잘 두었는데요. 어느 날 없어진 겁니다. 친정엄마가 제가 어릴 때 해주신 금목걸이도 없어지고요. 소중했던 물건이라 화장대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는데 잃어버리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요. 그때 남편은 “잘 보관하지 그랬냐”며 “어차피 없어진 거 잊으라”고 했는데요. 그것도 남편이 가져가 팔았다고 합니다.

“집안의 어떤 물건도 맘대로 처분하거나 가져가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남편은 그 후로도 몰래 노트북을 중고마켓에 팔아치우고 심지어 애들 저금통까지 깨서 가지고 갔더라고요. 이 정도면 도둑질 아닌가요?

생활비 한번 제대로 준 적 없어도 애들 아빠라 참고 잘해봐야겠다고 다짐했지만, 혼자 사는 게 낫지 도둑질하는 남편과는 못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타인의 재물을 타인의 의사에 반해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이전하는 행위를 절도라고 합니다. 이때 ‘타인’이란 범인 이외의 사람을 말합니다. ‘재물’은 금전이나 보석, 의류 등의 물품뿐 아니라, 인체에서 분리된 치료 보조 장치, 혈액, 금니 등은 물론이고 수돗물도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게 판례입니다.

사연에서 남편이 몰래 가져가 팔아버린 금붙이들이 ‘재물’에 해당한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하지만 과연 남편이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것인지는 좀 더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아내에게 해준 금목걸이는 당연히 아내의 소유입니다. 혼인예물의 경우 혼인이 애초에 성립하지 않으면 반환하기로 하는 일종의 증여에 해당한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이같은 판례에 따라 아내의 결혼반지도 아내가 증여받은 아내 소유의 재물입니다. 따라서 사연에서 남편이 아내의 금목걸이와 결혼반지를 몰래 가져가 팔아버린 것은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것으로서 절도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돌반지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만약 돌반지를 선물한 사람이 돌반지를 주면서 그 대상을 특정했다거나, 돌반지를 수령한 아이의 부모가 서로 논의해 돌반지의 소유자를 따로 지정했다면 그 돌반지의 소유권은 특정한 사람의 소유가 되는데요. 그러나 이렇게 특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돌반지를 수령한 아이의 부모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사연의 내용은 불분명하지만, 만약 사연 속 남편이 아내나 아이들의 소유임이 분명한 돌반지를 몰래 들고 나가 팔아버린 경우라면 이때는 남편에게 돌반지에 대한 절도죄도 성립될 수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이 다른 가족의 재물을 절취한 경우 물론 절도죄가 성립합니다. 그러나 절도죄로 처벌이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인데요. 그것은 바로 형법 제328조가 정하고 있는 ‘친족상도례’ 조항 때문입니다.

친족상도례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등 가족 간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지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즉 가족 내에서 절도죄와 같은 재산 범죄가 발생된 경우, 일정 범위의 가족에 대해 형사 처벌을 하지 않고 그 범위를 넘는 친족이 가해자인 경우에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지만 재판에 넘길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에 따르면 사연에서 남편이 아내의 금목걸이 등을 몰래 가져가 팔아버린 행위 자체는 절도죄에 해당하지만, 남편은 배우자라는 신분으로 인해 형사 처벌을 면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난 6월 친족 간 재산 범죄 처벌을 면제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있었습니다. 친족상도례 조항이 제정될 때와는 달리 핵가족화와 1인 가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제생활의 내용도 변화하게 되면서 위 조항이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 왔는데요.

헌법재판소는 “넓은 범위의 친족간 관계의 특성은 일반화하기 어려운데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 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되어 본래 제도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형 면제에 대해 정하고 있었던 형법 제328조 제1항의 적용은 중지됐고 오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위 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28조 제1항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해 단순 위헌 결정이 아닌 적용 중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면, 위 친족상도례 규정은 소급해서 효력을 잃게 되고 기존에 친족상도례를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던 사람들도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문제를 우려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해당 조항의 위헌성은 지적하되 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부터 친족상도례 조항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사연의 남편이 위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기 전 범한 절도죄에 대해 사연자가 고소하더라도 친족상도례 조항으로 인해 형사 처벌을 면하게 되겠지만, 남편이 위 결정이 내려진 이후로도 절취 행위를 반복한다면 위 결정 이후에 저지른 절취 행위에 대하여는 형사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