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청년들이 보내는 SOS…노동환경부터 바꿔야”[ESF2024]

by김미영 기자
2024.06.10 05:00:00

[21]저고위 부위원장 지낸 김영미 동서대 교수 인터뷰
“과잉 경쟁, 집값 급등, 장시간 노동
출산율은 ‘삶의 조건들’의 결과치”
고학력 여성 늘었지만 경력단절 여전
“일·가정 양립, 성평등 문화 확립해야”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충격적인 숫자의 출산율은 청년들이 보내는 SOS다. 삶의 환경을 바꿔달란 구조신호다. 얽히고설킨 구조적 문제들을 풀어낼 핵심고리인 노동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바라보는 출산율은 우리 사회가 정상 작동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한국은 2002년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인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 지난해 0.72명까지 하락곡선을 그리면서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꼴찌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올바로 작동하지 않고 있단 의미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 대개조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수요자의 요구가 높고 효율성이 큰 분야부터 우선순위로 정해 바꿔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마치고 지난 2월 대학으로 복귀한 그는 오는 18~20일 열리는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참석, 인구전환·사회구조 변화 속 개혁과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7일 서울 중구의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가진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사진=이영훈 기자)
김 교수는 지난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출산율은 삶의 조건들의 결과치”라며 “한국 출산율이 나쁘다고들 하는데 출산율과 연결고리를 갖는 요인 들 중 수치 좋은 게 있나”라고 되물었다. 입시·취업 경쟁, 급등한 집값, 장시간 노동, 성 임금격차 등 출산율에 득이 되는 요인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출산율이 낮은 다른 나라들은 몇 가지의 문제만 안고 있지만 우리는 굵직한 문제들이 다 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출산율 하락 지속에도 역대 정부에서 출산율 제고를 국정 주요 어젠다로 삼지 않았단 점도 짚었다. 그러면서 산적한 개혁과제 중 노동개혁을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는 생존, 자아실현 등의 이유로 청년들 사이에선 기본값(디폴트)이 됐다”며 “노동은 수도권 집중, 양질의 일자리 경쟁 등 많은 문제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 환경의 변화는 정책 수요자들이 가장 원하는 바”라며 일·가정의 양립, 성평등 문화가 확립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동 환경의 변화는 특히 100만명 이상이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에 절실하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남녀 모두 고학력자로서 사회 발전의 중요한 자원이 됐다”면서 “그럼에도 유독 아이 키우는 여성은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바뀌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분명한 성차별”이라고 했다.



노동 환경을 비롯한 삶의 조건들이 변화한다면 우리 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출산율 반등의 물꼬를 트는 것 이상의 긍정 효과를 낼 거란 기대 섞인 전망이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청년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커리어에 대한 열망이 크다”며 “삶의 여건이 뒷받침된다면 청년들이 더 큰 활력으로 가족을 꾸리고 사회에 이바지하면서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김 교수는 출산율을 모니터링하되 수치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경고도 내놨다. 그는 “숫자에만 연연하면 시대 가치와 동떨어지고 현상의 근원에서 비켜난 비상식적인 제안들이 전문가, 오피니언 리더들에게서 나오게 된다”고 했다. 과거 ‘고스펙’ 여성을 줄여 초혼연령을 낮추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최근 여자아이를 1년 조기 입학시키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 등에 대한 비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방침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 김 교수는 “저고위는 예산편성권, 정책 실행 권한이 없었고 저출생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될 수 없었다”며 “2006년 설립된 위원회 체제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 못했으니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저출산 대응정책을 통합 실행할 수 있단 장점이 있지만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의 아동돌봄서비스, 교육부의 유보통합, 국토교통부의 청년 주거에 일자리, 수도권 쏠림 등 부처별 정책과제들을 어떻게 남기고 정리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학·석·박사 △한국가족사회복지학회 연구분과 위원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회의 위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자문위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부위원장 △국무총리직속 사회보장위원회 위원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