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버지 외면한 오빠들 ‘상속권 요구’, 너무합니다[양친소]
by최훈길 기자
2023.12.10 08:00:00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김선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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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두 살, 다섯 살 많은 오빠 두 명이 있습니다. 제가 대학 졸업 무렵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오빠들도 일찍 결혼하면서 자주 왕래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홀로 지내시던 아버지가 7년 전 암 투병을 시작하셨습니다. 직장 근처에서 독립해 지내던 저는 아버지 집으로 들어가 살면서 간병을 해 드렸습니다. 수술 후엔 병원을 모시고 다녔습니다. 제 수입과 그간 모아 둔 저축까지 보태어 아버지 병원비로 사용했고요.
그런 저에게 미안했는지 3년 전 아버지가 ‘고맙고 염치가 없다’며 아버지가 젊을 때 사 둔 주식을 제게 증여해 주셨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당시 오빠들에게 알렸는데 오빠들은 별다른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실 무렵 저와 함께 생활하던 집도 저에게 유증하는 내용으로 유언장을 작성하셨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간 연락조차 잘 하지 않던 오빠들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아버지 집에서 살았으니, 너도 아버지 덕은 본 것”이라면서 아버지가 준 주식과 집까지 합해서 유류분대로 나눠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아버지를 간병하느라 주식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습니다. 돌아가시고 난 후 확인해 보니, 3억원 정도 했던 주식이 급등했다가 조금 떨어져서 2배 정도가 됐습니다.
아버지가 편찮으실 때는 정작 잘 돌보지 않던 다른 형제들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주식까지 나눠야 한다니 정말 너무합니다. 아버지 유언이 있는데, 다른 형제들에게 재산을 나눠 줘야 하는 건가요? 오빠들 말처럼 오른 주식까지 나누는 게 맞는지 궁금합니다.
△상속재산 분할은 유언을 가장 우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유언으로 상속재산이 상속인 중 일방에게 모두 상속되는 경우, 남은 상속인들의 형평을 고려해 상속인으로 하여금 피상속인의 재산에 대해 일정부분 그 취득을 보장하는 것을 상속인의 유류분이라고 합니다.
△민법 제1008조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망인이 돌아가시기 전에 증여를 받거나 유증을 받는 경우 특별수익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특별수익자의 증여 또는 유증의 가액을 상속분에서 참작하지 않으면 상속인 사이에 불공평한 결과가 됩니다. 따라서 증여 또는 유증의 상속분을 미리 일부 지급한 것으로 보고 현실의 상속분 산정에서 이를 참작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연자의 경우 망인의 직계비속으로 공동상속인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보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3년 전에 받으신 주식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해야 합니다.
△민법 제1008조 제1항은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때에는 그 기여만큼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에서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기여분 제도라고 합니다.
사연의 경우, 사연자가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치료비를 충당하는 등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여한 점 즉 특별한 기여를 고려해 사전증여를 받은 것입니다. 이를 유류분 산정자산의 기초가 되는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더라도 상속인 간의 형평을 해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버지가 사연자에게 증여한 주식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해야 한다는 사연자 오빠들의 말은 맞지 않는 주장입니다.
△유류분 제도는 당초 아들에게만 재산을 물려주면서 여성 배우자나 딸이 재산 상속에서 제외되던 여성의 상속권을 보장하기 위해 1977년 민법 개정에 따라 도입됐습니다.
유류분 제도를 규정한 민법 조항들에 대해 2010년 두 번, 2013년 한 번 총 세 번에 걸쳐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이후 올해 5월17일 헌법재판소에서 사상 첫 공개 변론이 이뤄졌습니다. 당시 유류분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고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가 상속권에 우선한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반면 유족 측에서는 유족의 생계 기초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유류분의 범위가 법정 상속분의 일부로 제한되고 있는 점에 비춰 재산 처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아니고 상속인의 정당한 기대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법무부는 유류분권자에서 형제, 자매를 제외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1인 가구가 늘고 형제, 자매가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서입니다. 영국이나 독일, 스위스, 일본에서도 형제, 자매의 유류분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헌재에서 형제, 자매에 관한 유류분에 대해 위헌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