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줬더니 재산 소송 건 큰아들…억울합니다[양친소]

by최훈길 기자
2023.12.03 08:00:00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백수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남편의 혼외 자녀로부터 유류분 소송을 당했습니다. 남편은 암 투병 끝에 지난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망하기 3년 전에 저와 공동명의로 갖고 있던 집을 제게 증여했습니다.

저는 남편의 혼외 자녀와 3남매를 키우며 30년 넘게 반찬가게를 했습니다. 큰아들인 남편의 혼외 자녀를 대학까지 졸업시키고 결혼도 시켰습니다. 저는 가게에서 재료를 사서 손질하고 조리하는 일을 전부 했습니다. 가게가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는 직원을 두고 혼자 운영했습니다.

남편은 가게에 왔다갔다만 했습니다. 그런데도 집을 살 때 남편 기를 세운다며 공동명의로 했고요. 남편에게 경제적인 기대를 내려놓아서인지 덕분에 사이는 좋았습니다.

문제는 남편의 혼외 자녀인 큰아들입니다. 사업하던 큰아들은 계속 형편이 어려웠습니다. 저희 부부에게 돈을 요구했고 우린 돈을 줘왔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암 투병 중에 이 집을 제게 증여할 때도 큰아들이 대놓고 반대하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큰아들이 제게 또 사업자금을 요구했습니다. 이번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정리하는 게 어떠냐’고 진지하게 조언했습니다. 그랬더니 소송을 걸어온 겁니다.

핏줄은 아니지만 젖먹이 때부터 키워 온 아들인데 억울하고 안타깝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 중에 일정 비율을 반드시 취득할 수 있도록 법률상 보장하는 것입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자신의 재산을 모두 제3자나 공동상속인 중 일부에 증여하거나 유언으로 유증한 경우, 증여나 유증을 받지 못한 상속인이 증여나 유증을 받은 제3자나 공동상속인에게 자신의 유류분만큼 반환해 달라고 청구하는 것이 유류분 반환 청구입니다. △피상속인의 직계 비속과 배우자는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유류분을 갖습니다. 사연의 경우 돌아가신 분의 상속인은 배우자와 혼외 자녀를 포함한 자녀 넷입니다. 배우자의 상속지분은 자녀의 상속지분에 2분의 1이 가산됩니다. 계산하면 혼외 자녀의 상속지분은 11분의 2가 되고, 유류분은 상속지분의 2분의 1이므로 11분의 1이 됩니다.△남편의 생전 증여를 원칙대로 아내의 특별수익으로 본다면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됩니다. 큰아들이나 아내한테 다른 특별수익이 없다면, 큰아들은 아버지의 지분 중 자신의 유류분인 11분의 1만큼 반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큰아들이 아버지 생전에 사업자금을 상당 액수를 지원받았다면, 이는 큰아들의 특별수익에 해당합니다. 큰아들의 특별수익까지 포함해 유류분을 계산하는데, 큰아들이 받은 사업 자금이 유류분보다 많고 부족액이 없다면 더이상 반환받을 것이 없는 것입니다.

△배우자에게 한 생전 증여는 일정한 요건 하에 예외적으로 특별수익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생전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배우자로서 일생 동안 피상속인의 반려가 돼 함께 가정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서로 헌신하며, 가족의 경제적 기반인 재산을 획득·유지하고, 자녀들에게 양육과 지원을 계속해온 경우를 봅시다.

대법원은 이같은 경우 그러한 배우자에 대한 생전 증여는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실질적 공동 재산의 청산,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는 것으로 봤습니다.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 제외하더라도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러한 일정한 요건 하에 배우자에 대한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자녀에게 유류분을 반환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법원의 판단 기준을 적용해 보면, 사연의 경우 부부가 최소한 30년 이상 혼인생활을 해 혼인 기간이 깁니다. 아내가 자녀 셋을 출산해 양육하면서 남편의 혼외자녀까지 양육하고, 특히 아내가 반찬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정의 주된 수입원으로 역할을 하고, 집도 아내의 수입으로 취득해 유지하고, 남편의 혼외자녀에게도 결혼자금과 사업자금으로 경제적 지원을 해온 사정이 인정된 경우를 봅시다. 이런 경우에는 남편의 생전 증여는 아내의 특별수익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경우 혼외 자녀에게 유류분을 반환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