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08.08 05:00:00
최근 경기도 분당 서현역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을 계기로 사회 안전에 위협이 되는 정신질환자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범인 최모(22)씨가 3년 전 조현병 전단계인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씨는 그전 2~3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이 진단을 받은 뒤 치료받기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들을 친 다음 차에서 내려 백화점 안에 들어가 무차별로 칼을 휘둘렀다. 이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했다. 이는 정신질환자의 범행이 얼마나 흉포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씨는 중학생 때 올림피아드에 참가해 입상할 정도로 이과 분야에 재능을 보였지만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정신질환이 생겼다. 원하던 고등학교 진학에 실패한 뒤에는 부모 곁을 떠나 혼자 따로 살며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해왔다. 그사이 고졸 검정고시를 거쳐 현재는 모 국립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한다. 이런 삶의 이력을 보면 정신질환 하나만으로 그의 범행의 이유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신질환이 범행의 주된 배경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최씨 사건은 2019년 경남 진주시에서 일어난 안인득 사건과 유사하다. 조현병 진단을 받은 바 있는 범인 안씨는 자기 집에 불을 지르고 밖으로 나가 대피하는 주민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이로 인해 5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했다. 안씨 사건 직후 정부가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확충을 비롯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뒤로도 정신질환자에 의한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다가 이번 최씨 사건에까지 이른 것이다.
정신질환자 치료의 책임을 지금처럼 가족에게만 계속 맡겨두어서는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적어도 중증에 해당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관리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이는 정신질환자 본인과 가족의 복지를 제고하는 것인 동시에 사회 안전 위협 요소 가운데 하나를 제거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2018~19년 연간 7000건대에서 2020년 9000건대로 늘었을 만큼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다.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와 관리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관여를 시급히 확대·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