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06.22 05:00:00
대학 입시까지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정치권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 지난 20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을 놓고 벌인 민주당의 비판과 조롱이 그랬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대책의 일환으로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민주당은 이날 ‘최악의 교육참사’ 운운하며 전방위 공세를 펼쳤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킬러문항을 없앤다고 사교육비 줄어든다는 생각은 단순한 발상”이라며 혼선이 일어난 책임을 물어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고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킬러문항 없애라는 대통령 말 한마디가 평지풍파”를 일으켰다고 맹비난했다.
킬러문항 배제는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선 4개월을 앞둔 지난해 1월 교육공약을 발표하면서 “수능에서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초고난도 문항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인식·해법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심지어 2021년 9월 강민정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10명의 의원이 동참한 킬러 문항 금지법(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지금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자신들이 공약하고 법안까지 발의한 사실을 잊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셈이다.
민주당의 이런 내로남불, 뻔뻔한 말바꾸기는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발언이나 종부세·재산세 경감방안처럼 선거전에는 표심을 겨냥해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공약을 내놓다가 막상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돌변한다. 그래도 이들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교육문제까지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건 공당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윤 정부의 정책이라면 무조건 ‘노’를 외치는 민주당의 발목잡기는 이제 중독처럼 돼 버렸다. 민주당이 진정 개혁을 원한다면 이번에 이슈가 된 사교육 문제의 해법 마련을 위해 정부·여당과 진지하게 논의하는 게 먼저다. 이참에 정부 여당도 메시지 관리에 신중했으면 한다. 킬러문항을 둘러싼 논란의 경우 대통령의 발언 취지엔 100% 동의하지만 내부의 정제되지 않은 내용이 그대로 터져 나오면서 현장에 혼란이 일어났던 게 사실이다. 입시제도가 널뛰기하는 것처럼 비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험생들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