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감소에 수시모집서 승부 보려는 지방국립대

by신하영 기자
2023.06.11 08:47:57

‘인 서울’ 대학 정시 늘릴 때 지방국립대 수시↑
거점 국립대 수시 비중 1년 새 71.8%→ 75.4%
“학생 선점하고 정시 모집인원 줄이려는 의도”
경북대 수시 비중 69.3%→81.5% 최대폭 상승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학생 및 학부모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정부의 ‘대입 정시 확대’ 정책으로 서울 소재 대학의 정시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반면 지방국립대는 정시 대신 수시 비중을 꾸준히 확대, 올해 치러질 2024학년도 기준 7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이데일리가 종로학원으로부터 입수한 ‘최근 3년(2022~2024학년도)간 거점국립대 수시·정시 비율’ 자료에 따르면 전국 9개 지방 국립대의 2024학년도 수시모집 비율은 75.4%로 전년(71.8%)보다 3.6%포인트 상승했다. 수시 모집인원도 같은 기간 2만6865명에서 2만8133명으로 1268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별로는 경북대가 수시 비중을 전년도 69.3%에서 81.5%로 10% 포인트 이상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대도 같은 기간 수시 비중을 66.8%에서 75.8%로 늘렸다.

반면 이들 9개 국립대의 정시모집 비율은 24.6%로 전년(28.2%) 대비 3.6%포인트 축소됐다. 모집인원도 1만545명에서 9180명으로 1365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소재 42개 대학의 수시 비중은 60.4%에서 60.1%로 소폭 축소됐다. 정시 비중은 반대로 39.6%에서 39.9%로 늘었다.



이는 교육부가 2018년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을 통해 수도권 대학에 정시 수능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도록 권고했기 때문이다. 반면 학생 모집이 어려운 지방대의 경우 수시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이 30% 이상이면 ‘정시 확대’를 자율에 맡겼다.

이후 교육부는 연간 500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대학 재정지원사업(고교교육 기여 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수도권 대학은 수능전형 30% 이상을, 지방대는 수능 또는 학생부교과전형 30% 이상을 신청 요건으로 제시했다. 특히 2019년 ‘조국 사태’ 여파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한해 정시 수능전형 비중을 40%로 높이도록 했다.

교육부의 이런 대입 정책에 따라 서울·수도권 대학은 정시가 확대된 반면 학생 모집이 어려운 지방대는 수시 비중이 꾸준히 늘었다. 거점국립대 9곳의 경우 2022학년도(69.1%)부터 2023학년도(71.8%), 2024학년도(75.4%)까지 3년 연속 수시 비중이 상승했다. 서울 소재 42개 대학은 이와 반대로 수시 비중이 같은 기간 62%(2022), 60.4%(2023), 60.1%(2024)로 감소했다.

현행 입시제도에서 수시에 합격한 학생은 정시 지원이 불가하다. 지방대가 꾸준히 수시 비중을 늘려온 이유다. 최초 합격자는 물론 추가 합격자까지 수시에 합격만 하면 정시 지원이 차단돼 ‘수시 납치’란 말도 생겨났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방국립대 입장에선 수시에서 최대한 신입생을 확보하지 못하면 서울·수도권 집중 현상 탓에 더욱 심한 충원난을 겪게 된다”며 “수시에서 충원하지 못한 입학정원은 정시로 이월되기에 정시 입학점수가 낮아지는 단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시에서 충원하지 못한 모집인원이 정시로 이월될 경우 모집인원 증가로 인한 경쟁률 하락과 입학점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한 지방대 관계자도 “지방국립대의 수시 비중 확대는 수시모집을 통해 신입생을 선점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거점국립대 수시·정시 비율(자료: 종로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