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해야하는데…수요예측 눈치보는 비우량채

by박미경 기자
2023.04.14 04:30:00

[식어가는 회사채 시장]③
GS엔텍, 쌍용씨앤이, 콘텐트리중앙 회사채 수요예측 미달 사태
AAA 등급 한전채 구축효과 가져오나
“저신용 기업 자금 조달 난이도 높아져”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시장에 경계감이 돌고 있지만 아직 국고금리가 기준금리보다 20bp(1bp=0.01%p) 가까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상황이 불확실하니)신용 스프레드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일 때 빨리 회사채를 발행하자는 분위기다.”(증권사 채권부문 관계자)

2분기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1분기만큼 회사채 활황은 아니지만 앞으로 한국전력 채권이 계속 쏟아지면 시장 상황이 더 빠듯해질 수 있다는 분석에 서둘러 자금조달에 나서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트리플 에이(AAA) 등급 한전채의 대규모 발행이 구축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신용등급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표=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들어 GS엔텍(A), 쌍용씨앤이(A), 콘텐트리중앙(BBB) 등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를 맞았다.

GS엔텍은 2년 단일물 7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2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콘텐트리중앙은 2년물 물량은 채웠으나, 1년물 250억원 수요예측에서 60억원의 주문을 받아내는데 그쳤다.

쌍용씨앤이는 1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570억원만 유입되며 흥행에 실패했다. 1년 6개월물 400억원, 2년물 600억원의 매입 주문을 받았으나, 각각 170억원, 4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발행일인 오는 14일 전까지 미매각 물량 소화를 위한 추가 청약 등을 이어간다. 완판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주관사와 인수단이 남은 물량을 떠안게 된다.

특히 AAA급 한전채 물량이 쏟아지면서 신용도 낮은 기업 등 자금조달 쉽지 않아진 상황이다. 한전은 누적 적자 문제가 커지자 한전채 발행 확대를 통해 연료비와 전력 구입비 등을 충당하고 있다. 한전채가 채권시장 자금을 흡수해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서민 경제 부담을 고려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불발됐다”며 “한전의 적자 부담과 한전채 발행이 재차 늘어날 점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불안정한 시장 상황 속에서도 신용등급이 높거나 실적이 좋은 기업은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이어가는 등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SK그룹 계열사의 경우 높은 시장 지위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초우량채인 SK텔레콤(AAA)은 이달 초 진행한 2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모았으며, SK네트웍스(AA-) 역시 15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9600억원의 주문을 받아냈다. 현대중공업(A, A-)의 경우 1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6180억원의 자금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이달에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AA-), 대한항공(BBB+), 현대백화점(AA+) 등 20곳이 넘는 기업들이 공모 회사채 발행 대기 명단이 이름을 올렸다.

정 연구원은 “초우량물의 발행이 단기간 집중돼 금리와 스프레드 확대가 예상된다”며 “문제는 하위등급 회사의 조달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4월 들어 SK텔레콤 등 대기업들도 발행을 재개하고 있어 조달시장 내 등급별 양극화 흐름이 연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증권사 채권 부문 관계자도 “시장에서 신용등급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이라 저신용 기업의 경우 자금 조달 난이도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