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요동치는 환율, 커지는 시장 불안...정책 실기 없어야

by논설 위원
2023.03.10 05:00:00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2원이나 오르며 1321.4원에 마감했다. 1220원대까지 낮아졌던 지난달 초와 비교하면 한 달 새 100원 넘게 올랐다. 환율의 절대수준이 높아진 것도 문제지만 하루 변동폭이 10~20원에 이르는 급등락을 되풀이 하고 있어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환율 불안 재연은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하고 무역적자가 1년째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발 금리 인상 공포가 더해진 것이 불씨가 됐다. 미국 연준(Fed)이 기준금리 상단을 연 4.75%까지 끌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미국의 고용 지표는 예상 밖의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CPI)와 개인소비지출(PCE) 등 물가 관련 지표들도 시장 전망치를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인플레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면서 우리 환율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고용 물가 지표 발표에 따라 우리 환율이 널뛰기를 하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 연준은 ‘긴축 완화’ 모드에서 ‘긴축 강화’ 모드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일과 8일 연이어 열린 미국 상·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매파(긴축선호)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최종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아질 수 있다”면서 “금리 인상폭을 더 높일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초 5~5.25%로 예상됐던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가 최악의 경우 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폭도 다시 ‘빅 스텝’(0.5%포인트)으로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달 21~22일 열리는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빅 스텝을 밟으면 현재 1.25%포인트인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로 벌어지게 된다. 이는 종전 최대 역전폭이자 위험수위로 인식되는 1.5%포인트(2000년 5~10월)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외화 유출과 환율 폭등을 자극할 위험이 크다.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인플레를 부채질할 우려도 높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은 일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은 경기보다 물가 안정에 주력해야 할 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