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01.16 05:00:00
[사설]실체 드러나는 ‘재판거래 의혹’ ...檢, 서둘러 실체 밝혀라
[사설]충격적 ‘재판거래 의혹’ ...50억 클럽 수사 더 미룰 수 없다
대장동 비리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의 대법원 로비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연관된 2건의 판결이 뒤집혔다는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이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로 실체를 드러냈다. 검찰이 확보한 진술은 이 대표의 선거법위반 사건, 성남 제1공단 공원화 무효 소송 등 2건의 상고심에서 김씨가 권순일 당시 대법관 등에게 부탁해 2심 판결을 뒤집었다는 내용이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법치와 양심의 최후 보루 대법원이 와해될 수도 있는, 메가톤급 국기 문란 사건이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2018년 경기지사 선거에서 이 대표가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논란 등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면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당시 2심 판결(벌금 300만원)이 그대로 확정됐으면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났을지 모른다. 성남 1공단 공원화 무효 소송은 성남시장 시절 이 대표가 이미 인허가가 난 도시개발 사업을 중단시키자 시행사가 2011년 제기한 행정소송이다. 역시 2심대로 성남시 패소가 확정됐다면 대장동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했다.
주목할 점은 선거법 사건에서 무죄 논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권 전 대법관의 처신이다. 그는 대법원 판결 전후로 김씨와 대법관실에서 8차례 만났고 퇴임 직후인 2020년 11월 김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취업해 1억 5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미 기소된 곽상도 전 민정수석 외에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과 함께 ‘50억 클럽멤버’로도 거론되고 있는 그의 행보를 보면 ‘재판거래 의혹’ 제기는 합리적 의심이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에서 원심 판결이 뒤집힐 확률을 민사사건은 5%, 형사사건의 경우 1%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본다. 이런 바늘 구멍 같은 확률을 뚫고 이 대표에게 유리한 2건의 판결이 동시에 이뤄졌다. 대법원이 모두 무리한 법리를 적용했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의 검찰은 2021년 10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도 사건을 철저히 뭉갰다. 지난해 7월 검찰은 대장동 수사팀 재편 후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지만 이들 의혹 수사는 답보 상태다. 검찰은 대법원을 향한 의혹과 국민의 분노를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진상 규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