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철강·석유화학 추가 업무개시명령…"선복귀 후대화" 강조

by원다연 기자
2022.12.09 03:00:00

정부, 9일만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엄정대응 재확인 "업무 복귀가 우선"
野, 안전운임제 연장안 수용 밝혔지만
與·대통령실 "업무복귀전 논의 불가"
민주노총은 14일 2차 총파업 예고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최정훈 기자] 정부가 8일 집단운송거부를 보름째 이어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철강·석유화학 운송사업자 1만여 명에게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정부가 화물연대의 업무복귀 후 대화 방침을 재확인한 가운데 민주노총은 오는 14일 2차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정부는 이날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철강·석유화학 운송사업자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하고 즉각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지난 29일 시멘트 운송 분야에 이어 9일만이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장기화하면서 산업 현장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 추가 조치가 불가피하단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철강재 출하량이 평시 대비 48% 수준으로 줄고, 석유화학 제품 또한 평시 대비 20% 수준으로 출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철강재 및 석유화학제품 출하 차질 규모가 각각 1조 3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정부는 특히 이같은 출하 차질이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단 점을 우려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집단운송거부 장기화 시 최악의 경우 철강분야는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의 가동 지장까지도 우려되며, 석유화학은 공장가동을 멈출 경우 재가동까지 최소 2주의 시간이 소요돼 막대한 생산차질 등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결국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핵심 수요산업 생산차질로 이어져 국가 경제를 흔들 수 있단 판단이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당장 이날부터 운송현황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추 부총리는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원칙 하에 미이행 시 강력한 형사고발과 행정처분을 실시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와 교섭 여부에 대해선 “조속한 업무 복귀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민주노총-건설산업연맹-공공운수노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기존 정부의 중재안이었던 품목 확대 없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으로 인한 파업의 지속과 경제적 피해확산을 막고 안전운임제의 지속을 위한 최소한의 결정”이라며 여당에 합의처리를 촉구했다. 집단운송거부 사태의 발단이 된 안전운임제는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올해 말 종료된다.

정부는 그러나 기존 3년 연장안에서 선회해 업무복귀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이날 화물연대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에 대한 국토부 기조가 바뀌었냐”는 질문에 “업무복귀가 먼저 돼야 제도에 대한 부분도 논의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역시 여야 합의에 앞서 화물연대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화물연대의 조건 없는 조속한 업무 복귀 전에는 그 어떤 논의도, 타협도 불가하다. 안전운임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증폭된 만큼 안전운임제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도 필요하다”며 “‘선복귀 후논의’다. 조건 없는 조속한 업무 복귀 전 대화와 타협을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대통령실도 ‘선복귀 후대화’ 원칙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복귀를 위한 어떤 전제조건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복귀하고 나면 얼마든지 대화 테이블을 열 수 있다. 이것은 강공이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며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단운송거부 사태) 해소의 길은 정부가 대화에 나서는 것뿐”이라며 “국토교통부 차관도, 국민의힘도 권한이 없다고 하니 대통령이 직접 교섭에 나와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물연대가 소속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현정의 위원장은 “도로 위에 1년에 700명씩 죽어가는 게 화물 노동자의 삶”이라며 “과로, 과적, 과속을 막고 생존권과 도로 안전 사수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화물연대 조사에 나선 것을 집단 운송거부 사태를 무력화하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화물연대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2일, 5일, 6일 세 차례에 걸쳐 현장 조사를 시도했으나 화물연대가 조사에 응하지 않아 불발됐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화물연대는 2002년 10월 설립돼 20년 이상 노동조합으로 활동해왔는데, 그동안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을 내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갑자기 ‘사업자의 담합’이라며 조사하겠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음을 추정케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그러면서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14일 전국 16개 거점에서 지난 6일에 이은 2차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