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디지털 입은 패션…M&A로 역량 강화

by김연지 기자
2022.11.08 05:00:00

패션 업계, 경기침체속 M&A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빅토리아시크릿, IT 역량 가진 어도어미 지분 100% 인수
우리나라는 온라인 플랫폼 ''역량 강화'' 움직임 두드러져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시작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이어지며 패션 업계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며 전통적인 사업 구조를 혁신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 혁신 필요성을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실제 온라인 및 오프라인 사업을 운영하는 일부 브랜드사들은 이러한 시기를 틈타 디지털 역량 다지기에 한창이다. 디지털 전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 브랜드들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자 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른 속도로 관련 역량을 강화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모습이다.

사진=픽사베이 갈무리
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빅토리아시크릿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온라인 브랜드 ‘어도어미’를 인수했다. 인수 대상은 어도어미 지분 100%로, 4억 달러(약 5636억 원)와 함께 향후 어도어미 성과 등에 따라 추가 현금 지급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어도어미는 120만 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한 뉴욕 기반의 란제리 및 의류 브랜드로, 고객의 디지털 설문 결과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의류 추천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으로부터 ‘디지털 네이티브 혁신 브랜드’로 선정된 배경이다.

빅토리아시크릿은 이번 인수로 온라인을 주로 활용하는 MZ세대의 쇼핑 경험을 개선하고, 어도어미의 기술력을 통해 자사 디지털 플랫폼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빅토리아시크릿 측은 “어도어미는 빅토리아시크릿 고객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데 필요한 기술력을 가진 디지털 혁신 기업”이라며 “기술을 최우선으로 회사 기반을 다시 다지고, 성장을 꾀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리테일 업계의 이러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나이키는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 및 M&A를 아끼지 않고 진행해왔다. 예컨대 회사는 지난해 가상세계에서 운동화 등 디지털 상품을 판매하는 스타트업 RTFKT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을 비롯한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비공개다. 나이키는 당시 해당 인수를 두고 “브랜드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에 앞서서도 데이터 통합 플랫폼 스타트업 데이터로그를 인수했고, 지난 2018년부터는 데이터 분석 기업 조디악, AI 기반 맞춤형 신발 제작 기업 인버텍스, AI 기반 수요예측 재고관리 분석 기업 셀렉트 등을 인수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업체들도 기존의 오프라인부터 온라인까지 사업 역량을 확대하고, 혁신적 소비자경험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M&A를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온라인 플랫폼들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예컨대 컴퓨터로 의류를 디자인할 수 있는 3D 소프트웨어 ‘클로’를 휴고 보스와 망고, 국내 LF패션 등 패션업체들에 제공하는 3D 의상 시뮬레이션 개발사 클로버추얼패션은 최근 인도의 패션 컨설팅 기업 고바이스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고바이스는 전 세계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 브랜드에 디지털 전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설팅사다.

이 밖에도 동대문 패션업체를 국내외 도·소매상과 연결하는 골라라는 지난해 패션 빅데이터 기업 와이즈패션(MD렌즈)의 사업권을 인수했다. 기술력을 강화하고, 사용자 경험을 고도화함으로써 기존 온라인 플랫폼에 한층 강화된 디지털 역량을 얹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