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피플]'스타마케터' 이영희 삼성 부사장이 그린 초연결 사회는?

by김상윤 기자
2022.09.05 05:00:00

IFA2022서 신제품 출시보단 미래상 전달
기술은 기본..''스토리'' 입히기 나선 삼성
소비자에 줄 수 있는 구체적 경험 그려

[베를린(독일)=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Do the SmartThings(스마트싱스 라이프를 경험하라).”

삼성전자가 2~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에서 내건 두가지 주제 중 하나다. 이 문구는 이번 삼성 전시회를 기획한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장(부사장)이 뽑았다. 과거처럼 신제품을 대거 꺼내 들기보다는 삼성전자의 기기 간 연결 애플리케이션인 ‘스마트싱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삼성이 그리는 초연결 사회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스타 마케터’인 이 부사장이 그리는 초연결을 통한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은 무엇일까.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장(부사장)
이 부사장은 지난 1일 IFA에 참석한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전자제품을 월등히 잘 만들어서 오늘의 성공이 있었고 잘 알려진 회사가 됐다. 하지만 앞으로 삼성이 힘을 모아 나아가야 할 방향은 ‘원삼성’(One Samsung)이라는 한종희 부회장 지시가 있었다”면서 “삼성이 보유한 제품을 모았을 때 고객에 줄 수 있는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할애했다”며 특유의 영어가 섞인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시작했다.

스마트싱스는 기기 간 연결을 관리하는 삼성 ‘플랫폼’이다. 과거 ‘연결’이 기기 간 연결 자체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에어컨, TV, 세탁기 등을 제어하는 것은 기본이고, 간단한 버튼만 누르면 소비자가 원하는 요리, 헬스케어 등을 한번에 할 수 있는 식이다.

삼성이 이번 전시회에서 보여준 경험은 이런 것이다. 트레이닝 서비스인 ‘삼성헬스’와 연동해 요리를 제안하는 ‘쿠킹’ 서비스를 활용하면 운동량에 맞춰 개인별 맞춤 레시피를 구성해 식단을 관리해준다. 아울러 냉장고에 보관 중인 식재료를 기반으로 최적의 레시피를 오븐이나 인덕션에 자동으로 보내준다. 또 요리가 끝나면 ‘에어 케어’ 서비스를 활용해 공기청정기가 작동해 남은 음식 냄새를 없애주는 식이다. 기존에 사용자가 일일이 하나씩 기기를 조작했다면, 고객 수요에 맞춰 기기가 판단해 맞춤형으로 사용법을 제안한다.

무선 청소로봇을 통한 펫케어도 가능하다. ‘비스포크 제트 봇 AI’ 카메라를 통해 주인이 외출 시에도 집 안에 혼자 있는 반려동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음악을 재생하거나 TV를 켜서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 혹시 반려동물이 집 밖으로 나가면 ‘스마트 태그+’ 기능을 통해 반려동물 위치를 확인할 수도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인들이 원했던 ‘경험’을 기기 간 연결을 통해 구현하는 셈이다.



이 부사장은 “앞으로는 고객이 느낄 수 있는 편리함에 방점을 찍는 게 고객 요구이며 우리가 할 일”이라며 “스마트싱스가 연결 앱 이상의 고객 경험을 위한 하나의 묶음 단어라고 생각하면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의 삶을 면밀히 살펴보고 고객이 필요한 가치를 찾아 기기 간 연결을 통한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겠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기술 강화만 외칠 게 아니라 이제는 고객들이 잊지 못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연결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스마트싱스 대중화 원년’으로 선언했다.

삼성은 그간 기술 1위로 글로벌 리더 자리를 이어왔다. 1990년대만 해도 삼성전자 TV는 미국, 유럽 등 주요시장에 소니·도시바 등 일본 제품에 밀려 먼지가 잔뜩 낀 채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1993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방문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미국 전자제품 유통매장인 베스트바이를 찾았다가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 1993년 6월 고 이 회장은 유명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한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강도 높은 혁신을 요구했고, 이를 통해 오늘날 품질, 기술 1위 삼성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고 기술력만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지났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보유해도 소비자가 제품을 통해 만족하지 못한다면 외면하기 때문이다. 기술력은 기본이고, 소비자들에 제품 관련 스토리를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 제품을 통해 내가 경험할 수 있는 ‘무엇’을 충분히 전달해야 소비자가 제품을 사는 시대가 왔다.

이 부사장은 이미 이를 10여년 전부터 삼성전자 마케팅에 적용해 왔다.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코리아에서 이름을 날린 그는 2007년 파격적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삼성전자 기술 설명보다는 기술이 소비자 실제 삶을 더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방식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애플보다 후발주자로 스마트폰시장에 진입한 ‘갤럭시’가 글로벌 1위로 올라선 것은 삼성 기술력도 있지만, 갤럭시를 통한 우리 삶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마케팅한 그의 공이 컸다.

그의 성공이 가전분야까지 확대할 수 있을까. 이날 기자단과 이 부사장의 만찬 건배사 역시 스마트싱스였다. ‘두더(선창)~스마트싱스(후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