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0.3% 성장…'中 봉쇄 여파' 본격 반영·소비도 기대 이하
by최정희 기자
2022.07.25 05:00:00
[2분기 GDP폴]②전기비 0.3%, 전년동기비 2.5%
11명 중 1명은 ''전기비 마이너스 성장''도 전망
연간 경제성장률 2.4%로 하향 조정…석 달 전보다 0.3%p↓
수출 1.9%↑·수입 6.6%↑…순수출 마이너스 우려
"하반기 성장률 더 하락할 가능성"…내년엔 2% 안 될 수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비 고작 0.3%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 11명 중 1명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이 3월부터 코로나19 확산 대비 봉쇄 조치에 들어가면서 그 여파가 우리나라 2분기 성장세에 직격탄이 됐을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원자재 가격 급등 속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면서 수출, 투자가 약화하고 소비는 거리두기 해제에도 고물가·고금리로 기대보다 덜 개선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더 둔화할 것으로 보여 올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2.4%로 석 달 전(2.7%)보다 낮아졌다. 올해 1.8%밖에 성장하지 못해 잠재성장률(2%)을 하회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데일리가 26일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발표를 앞두고 11명의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GDP 전기비 성장률이 0.3%(중간값)로 집계됐다.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확산했던 작년 3분기(0.2%) 이후 가장 저조한 성장세다. 작년 4분기 1.3%를 기록한 후 올 1분기 0.6%에 이어 2분기 연속 ‘0%대’ 성장세다.
전년동기비로도 2.5%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작년 3, 4분기까지만 해도 4%대 성장을 했으나 올 1분기 3.0%로 내려온 이후 성장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비가 거리두기 해제로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고물가·고금리로 기대만큼은 아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품에서 서비스로 소비가 넘어가면서 숙박·음식점, 예술·스포츠·여가 부문이 4~5월 전년동월비 20~30% 가량 급증했지만 상품 중심의 소매판매는 전월비 각각 0.2%, 0.1% 감소했다. 특히 6월엔 소비자심리지수가 96.4로 기준선인 100을 하회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소비가 경기의 하방을 지지할 줄 알았는데 물가, 금리가 높아져 소비심리가 악화했다”며 “서비스는 그래도 회복세이나 상품 소비가 위축돼 회복세가 더딜 것”이라고 밝혔다.
1분기엔 수출이 선방하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무려 1.7%포인트나 됐지만 2분기엔 중국 봉쇄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순수출 마이너스 가능성도 제기된다. GDP 통계와 기준이 유사한 국제수지 내 수출은 2분기(4~6월 합산, 6월만 통관 기준) 1.9% 증가한 반면 수입은 6.6% 더 늘어났다. 2분기 무역수지가 66억4000만달러 적자로 1분기(36억6000만달러 적자) 대비 두 배 가까이 커진 가운데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16억9000만달러 적자로 1분기(58억7000만달러 흑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주요국 정책금리가 올라가고 경기침체 우려가 번지면서 투자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투자의 선행지표인 자본재 수입은 올 들어 5월까지 전년동기비 8% 증가에 그쳤다. 작년 5월 누적으로 23.4% 증가한 것에 비해 크게 둔화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는 곳도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2분기 전기비 -0.3%가 예상된다”며 “중국이 봉쇄 조치로 2분기 0.4%(전년동기비) 성장했는데 우리나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엔 성장세가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명의 애널리스트가 예측한 올해 연간 성장률은 2.4%(중간값)로 석 달 전 이데일리 폴(2.7%)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올해 1.8%밖에 성장하지 못해 잠재성장률(2%)을 하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엔 전년동기대비 1.4%, 내년 상반기엔 1% 성장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나 중국 등에서 제조업 재고가 쌓이고 있어 재고 소진 등으로 기업 이익이 감소하는 국면이 앞으로 1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수출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도 업황 둔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수출(통관)은 6월 전년동월비 10.7% 증가했으나 3월 38% 증가를 기점으로 4월 15.8%, 5월 15.0%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디램 고정가격이 작년 3분기를 고점으로 계속해서 하락, 올 5~6월엔 3.35달러로 떨어졌고 하반기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성장률은 전기비 마이너스로 예상된다”며 “미국 제조업 부문에서 신규 주문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미국 경기 꺾이는 부분이 우리나라 수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영향은 2분기보단 3분기에 집중되면서 소비를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내년에도 암울하다. 한국은행은 내년 2%초반의 성장률을 예측하고 있으나 2%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 중후반의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전 세계적으로 침체에 준하는 경기 둔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