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부활한다는 테이프·노끈…정말 친환경일까?

by김경은 기자
2022.05.11 05:00:00

장바구니 사용 잘해왔는데 굳이 왜 부활?
종이 테이프 등 친환경 제품 사용 문제없어
대형마트 4개사 자율협약…플라스틱 테이프 등만 규제
환경부 "기존 자율협약 안바꾼다"

[사진=이데일리DB]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포장용 테이프와 끈 제공의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불편했지만 이제 장바구니 잘 들고 다니는데 거꾸로 가는 정책”, “불편해도 환경을 생각하면 저러면 안되지…”, “장바구니 3000원이면 사는데…’

윤석열 정부들어 대형마트에서 사라진 포장테이프와 노끈 사용을 다시 부활키로 하면서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에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친환경 종이테이프와 노끈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문제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인데, 종이 테이프에는 접착 물질도 포함돼있다. 과연 친환경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종이 테이프와 노끈 등은 분리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친환경이라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인쇄 잉크나 접착제, 코팅지 등 종이에 부착된 물질 중 비종이류가 15% 이내면 화학처리 후 분리한 뒤 종이의 재활용이 가능하다. 즉 종이 테이프나 노끈의 사용에 따른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우려 등은 기존 처리 절차 등을 감안할 때 특별히 더 높지 않다는 말이다.

환경부와 대형마트 4개사(하나로유통,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가 맺은 자율협약에서도 플라스틱 테이프와 노끈의 사용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며, 실제 이들 대형마트 중 일부에서는 현재도 종이 테이프 등을 비치해 둔 곳도 있다.



해당 자율협약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자율포장대 등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포장테이프와 끈을 모두 치우고, 장바구니 제작·보급 및 대여체계 등을 구축해왔으며, 소비자들도 장바구니 활용 등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다만 당초 종이박스까지 퇴출시키려 했으나 소비자 불편이 크다는 비판에 테이프와 노끈만 없앴다.

하지만 과거처럼 다시 종이박스가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장바구니 사용율이 다시 떨어질 수 있으며, 종이박스 사용 등으로 폐기물 발생량이 다시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유통업계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드라이브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에 역행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강화됐고 기업들 역시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기 위해 종이 영수증도 없애고 있는 상황에서 흐름을 역행하는 행보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지난 2019년 8월 29일 대형마트 4개사와의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기존 자율협약을 유지하더라도 종이테이프와 노끈의 사용은 가능하기 때문에 방침이 바뀌더라도 굳이 자율협약을 다시 맺을 필요는 없다는 점을 대통령 인수위원회에도 설명했다”며 “기존 협약을 유지하고 기업들이 알아서 하도록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