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운용 투자자 '진퇴양난'…만기연장해도 손실 불가피
by김대연 기자
2022.03.21 05:30:00
[관리구멍 여전한 사모펀드]④
18일 코어운용 펀드 만기…판매사들 과반수 동의해 ''연장''
시세보다 평가가격 낮은 종목…연장했지만 투자자는 손실
환매시 코어운용 자전거래 가능…투자자만 손실 볼 수도
[이데일리 김대연 박정수 기자] 코어자산운용이 사모펀드 ‘런앤히트 9호’ 만기 전 과반수 투자자로부터 만기 연장에 대한 동의를 얻으면서 환매 연기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불합리한 펀드 운용으로 손실이 난 만큼 만기를 연장해도 결국 손해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펀드에 편입한 비상장사를 매수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서다. 사실상 코어자산운용만 자전거래(동일한 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 상호 간 같은 주식을 동일 가격·수량으로 각각 매도·매수 주문하는 거래)를 통해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어자산운용이 ‘런앤히트 9호’ 펀드 만기일(2022년 3월 18일)을 앞두고 판매사들에 1년 만기 연장을 요청한 것에 대해 지난 17일 수익자 과반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코어자산운용이 해당 펀드 주식을 자사가 운용하는 다른 펀드로 이관함으로써 환매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지난 11일 기준으로 ‘런앤히트 9호’에 가장 큰 규모로 편입된 종목인 비비비에 대한 외부평가기관의 평가가격이 주당 1만4896원으로 비상장 시장 시세인 2만3000원대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애초 코어자산운용은 비상장주식 비비비를 편입할 때 약 3만4000원대에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확한 가치 산정이 어려워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 비상장주식은 대부분 재무제표로 평가하는데, 비비비는 코스닥 상장사인 시스웍(269620)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그나마 1만4000원대 평가가격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 밖에도 루켄테크놀러지스와 스테이지파이브도 펀드에 편입된 상태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런앤히트 9호에 편입된 잔여 종목은 비비비 3만5050주, 루켄테크놀러지스 5989주, 스테이지파이브 323주다.
이 펀드는 원금 일부상환으로 지난 18일 모든 고객에게 펀드가입금액 1억원당 현금 75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현금분배 이후 전액 환매를 원하는 고객은 남은 금액 2500만원 중 860만원만 받을 수 있다. 여기서 환매가 진행되면 코어자산운용은 1만4000원대에 다른 펀드로 자전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이익을 얻고, 운용사의 불합리한 운용에 대한 책임은 결국 3년간 펀드 만기를 기다린 고객들의 몫이 된 셈이다.
현재 코어자산운용은 해당 펀드의 만기일이 연장되면서 환매를 요구하는 고객들에 대한 보상 또한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펀드 제안서에 따르면 코어자산운용은 ‘런앤히트 9호’ 펀드를 “위험자산에 최소 60% 이상 투자하는 집합투자기구”라고 소개했지만, 명시된 대로 운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객이 아닌 판매사에 전달하는 펀드 제안서는 운용사의 책임을 운운할 만한 법적 효력이 없는 탓에 손실 난 펀드의 투자자에 대한 보상이 양심상의 의무로만 남게 됐다.
이에 대해 한 운용사 관계자는 “제안서를 공식적인 서류로 보기는 어렵지만 (위험등급 등이) 명시된 상태라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손실보상을 제안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운용 수익 자체에서 손실이 발생했다고 투자자에게 돌려줄 필요는 없지만 투자자에게 충분히 고지되지 않은 점 등 기만에 해당하는 투자를 했거나 그러한 투자를 유도한 경우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신의성실의 의무를 저버린 경우에도) 운용사가 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보고 투자자들에 대한 손실보상은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판매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더 큰 손실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운용사의 불합리한 펀드 운용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만기 연장에 동의했다는 뜻을 전했다.
업계에서는 운용사가 판매사에 제공한 펀드 제안서라고 해도 투자자들이 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사는 당연히 운용사로부터 받은 제안서를 투자자에게 보여주면서 설명한다”며 “제안서에 위험등급을 ‘1등급’으로 명시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충분히 판매사와 투자자들한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코어자산운용 관계자는 “위험 등급 설명은 해당 펀드가 1등급의 위험이 존재하니 판매사가 투자자를 함부로 가입시키지 말라는 의미”라며 “제안서는 판매사에 제공되는 것일 뿐 고객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