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열전]박성식 대표 "자동차용 반도체, 주력 자리매김"
by강경래 기자
2022.03.07 05:00:00
국내 메모리반도체 팹리스 강자 제주반도체
국내 이어 유럽 전장업체와 메모리반도체 공급 논의
매출액 중 자동차 비중 작년 10%→올해 20% 예상
美퀄컴서 메모리 인증 "5G 시대 리더십 커질 것"
중화권 업체들과 메모리 팹리스 경쟁 "선두로 도약"
| 박성식 제주반도체 대표가 메모리반도체 웨이퍼(원판)를 들어보이고 있다. (제공=제주반도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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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국내외 유수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업체들과 메모리반도체 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4일 경기 판교 제주반도체(080220) R&D센터에서 만난 이 회사 박성식 대표는 “지난해 매출액 중 오토모티브(자동차) 부문 비중이 10%에 달했다. 올해는 이 비중이 20%까지 늘어나고, 궁극적으로 50% 이상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유럽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동차 전장업체와 납품을 협의 중이다. 국내에 이어 해외로 자동차용 메모리반도체 거래처를 확대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제주반도체 자동차용 메모리반도체 제품은 비상호출시스템(eCall)을 비롯해 노변기지국(RSU) 등 차량사물통신(V2X) 분야에 주로 쓰인다. 차량사물통신은 자율주행시대 필수 기술로 최근 주목을 받는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5개 메모리반도체 제품이 ‘AEC-Q100’(자동차용 부품 신뢰성 평가규격) 인증을 받았다. 올해 추가로 3종 제품이 인증을 받을 예정”이라며 “자동차용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거래처와 함께 제품군 확대 노력을 이어간다”고 덧붙였다.
제주반도체는 반도체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팹리스(Fabless) 업체다. 팹리스는 자체 공장 없이 반도체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반도체 R&D(연구·개발) 중심 회사를 말한다. 통신용 반도체 1위인 미국 퀄컴이 대표적이다. 제주반도체는 파워칩과 윈본드 등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에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맡긴다.
특히 제주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영위한다. 통상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분야다. 다만 대기업이 모바일 등에 주력하는 반면, 제주반도체는 자동차와 통신장비, 가전 등에 들어가는 저용량 메모리반도체에서 강세를 보인다. 과거 삼성전자 일본 주재원으로 일하던 박 대표는 이렇듯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저용량’ 틈새시장이 있음을 간파한 뒤 2000년 제주반도체를 창업했다.
제주반도체는 지난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 흐름을 타고 기록적인 실적을 올렸다. 매출액(본사 기준)이 전년보다 60% 늘어난 1766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610% 증가한 192억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은 80% 이상이었다. 박 대표는 “지난 한 해 동안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수급불균형 상황이 이어졌다”며 “여기에 자동차용 메모리반도체 납품을 본격화하면서 호실적을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5G IoT(5세대 이동통신 사물인터넷)용 메모리반도체 부문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5G IoT 인프라에 쓰이는 메모리반도체는 4G와 비교해 2배 이상이 될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5G 인프라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5G용 메모리반도체 수요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현재까지 미국 퀄컴으로부터 5G IoT 메모리반도체 인증을 받은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제주반도체를 포함해 단 2곳에 불과하다. 5G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수록 제주반도체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반도체는 5G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주력 제품군도 ‘MCP’(멀티칩패키지) 위주에서 고객 요청에 맞춘 다양한 메모리 솔루션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퀄컴 5G IoT 칩셋에 함께 쓰이는 저용량 ‘eMCP’(내장형 멀티칩패키지)로 제주반도체 제품이 유일하게 인증을 받았다. 아울러 통신모듈 소형화 트렌드에 따라 ‘SiP’(시스템인패키지) 등 다양한 메모리반도체 제품으로 라인업을 확장 중이다.
박 대표는 이러한 호재를 앞세워 중장기적으로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팹리스 분야 1위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그는 “제주반도체는 대만 ESMT, ISSI, 중국 기가디바이스 등에 이어 글로벌 업계 4위 수준”이라며 “궁극적으로 중화권 경쟁사들을 제치고 메모리반도체 팹리스 업계 선두자리에 올라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