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똑똑한 그들이 온다…가상인간과 공존 곧 현실화
by이준기 기자
2022.02.24 05:05:00
[막 오른 가상인간 공존시대]①
가수·배우는 물론 디자이너까지…가상인간 영역 날로 확장
2025년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 인간 시장 넘는다
초거대 AI 생태계…교사 등 ''고도 지능'' 가상인간 등장 임박
인간 일자리 빠르게 대체할 듯…공존 따른 부작용 우려도
| LG전자가 만든 가상인간 ‘김래아’ (사진=김래아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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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신중섭 기자] “가상인간과 공존하는 시대요? 이제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닙니다.”(전자업계 고위 관계자)
가상인간이 우리 일상 곳곳에서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다. 광고 모델(로지)을 넘어 가수(래아), 의류 디자이너(틸다), 쇼호스트(루시), 더 나아가 드라마 조연(재인)까지, 그들의 영역은 날로 확장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25년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가 14조원을 돌파해 인간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13조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과거 SF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가상인간과의 공존 사회가 곧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인간은 주로 글로벌 기업이 만든다. 투자 대비 유무형의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이 배어 있다. 인간을 홍보 모델로 삼았을 때 감내해야 하는 음주운전·학교폭력 전력 등의 리스크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데다 기업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100%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라이프 모델인 가상인간 로지의 ‘다음 세대를 위한 건강한 지구’ 프로젝트는 신한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좋은 이미지를 선사했다”고 했다.
이젠 언어와 문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고도 지능 가상인간’이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 LG의 초거대 인공지능(AI) 엑사원을 기반으로 금융(우리은행), 의료(고려대의료원·한양대병원), 교육(EBS) 등 민간 AI 생태계 확장에 나서면서 AI 은행원·AI 교사·AI 의사 등이 곧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초거대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AI를 지칭한다. 업계 관계자는 “초거대 AI의 능력은 과거 이세돌 9단을 꺾었던 알파고의 수백, 수천 배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020년 12월 말 공개된 가상인간 이루다가 성희롱·혐오 발언, 개인정보 유출 등의 논란에 휩싸이며 결국 20여 일 만에 모습을 감췄던 점에 비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관련 법 제정 등이 시급하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가상인간이 ‘감정노동’ 문제를 겪는 콜센터 등을 시작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인간 등장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면밀히 검토해 긍정적인 활용 방향과 규제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계·기업·정부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