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청약 마지막 기회 `크래프톤`…증권신고서로 본 투자위험은?
by양희동 기자
2021.06.19 05:00:00
올 하반기 IPO시장 최대어…시총 30조 달해
2대 주주 中텐센트에 유통·매출 등 편중 심화
배틀그라운드 이후 신작 성공 여부도 관심사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시장 최대어로 전 세계적인 흥행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추진한다. 크래프톤의 공모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인 50만원을 넘길 전망이며, 공모 자금도 역대 최대인 5조원대로 점쳐진다. 특히 크래프톤은 오는 20일부터 금지될 공모주 중복 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크래프톤의 몸값이 30조원에 달해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036570)(시가총액 약 18조원)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은 고평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로인해 공모주 예비 투자자들은 크래프톤이 최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나타난 중국 시장 및 2대 주주인 ‘텐센트(Tencent)’ 관련 이슈 등 핵심투자위험을 세밀하게 살펴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19일 크래프톤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제시한 핵심투자위험은 △사업위험 △회사위험 △기타 투자위험 등 세 가지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특히 2대 주주인 텐센트와 관련된 내용이 이들 3개 핵심투자위험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크래프톤의 퍼블리셔(유통사)는 텐센트와 ㈜카카오게임즈(293490) 등이다. 텐센트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글로벌 파트너사로 카카오게임즈는 ‘배틀그라운드’와 ‘엘리온’ 등의 PC버전 파트너사로 각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서 퍼블리셔 간 협력 관계가 훼손될 경우 수익 및 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기존 관계 복구 또는 새로운 관계 구축에 상당한 자원이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텐센트는 또 중국 게임 시장의 불확실성 관련 위험, 전략적 파트너십 관련 위험(회사위험), 최대주주 지분 관련 상장후 경영안정성 위험 등에 모두 거론돼 있다.
크래프톤은 텐센트가 개발하고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화평정영’에 대한 기술 서비스(Technology Service)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증권신고서에서 밝혔다. 당초 크래프톤은 화평정영이 배틀그라운드와 다른 게임이며 관련성을 부인해 왔지만, 이번 증권신고서를 통해 수수료를 받는 라이선스 게임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로 인해 향후 중국 내 게임 관련 규제가 확대되거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크래프톤도 영향을 받아 사업 및 재무상태, 영업실적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크래프톤이 중국 판호(게임유통권) 규제 때문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내 유료 서비스가 어렵게 되자, 텐센트의 라이선스 게임으로 시장에 우회 진입했다고 판단해왔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이 부분을 문제 삼을 경우 크래프톤 실적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최대주주 지분 관련 상장 후 경영안정성 위험에서도 텐센트는 핵심투자위험에 언급된다. 공모 주식 수 기준 크래프톤의 최대주주는 장병규 의장으로 702만 7965주(13.97%)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이미지 프레임 인베스트먼트(텐센트의 투자회사)는 664만 1640주(13.20%)를 가지고 있어 장 의장과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다. 이에 2대 주주의 지분율이 상승하는 경우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한 경영안정성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요 매출처가 특정 업체들로 80% 이상 편중된 부분도 크래프톤의 핵심투자위험이다.
크래프톤은 개발한 게임을 PC 게임 플랫폼, 모바일 앱 및 게임 플랫폼, 콘솔 게임 플랫폼 등을 통해 직접 서비스 하거나, 제3자인 게임 전문 퍼블리셔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주요 매출처는 이들 게임 관련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과 크래프톤 및 종속회사가 개발하는 게임의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기업 등이다.
지난해 기준 크래프톤 매출액의 68.1%가 주요 매출처(A사로 표기·텐센트 추정)에 집중돼 있다. 또 상위 3개 매출처에 대한 매출액 집중도는 2019년 78.9%, 2020년 87.0%, 2021년 1분기 88.5%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로인해 주요 매출처와의 계약 중단, 계약 조건 악화, 주요 매출처의 성장 둔화 및 수익성 악화 등의 경우 크래프톤의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에선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른바 ‘원게임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성장 스토리가 여전히 유효하고 올해 신작인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의 성공 여부에 주목해야한다”며 “4~5개 신규라인업들의 경쟁력 확인에 따라 리레이팅(재평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