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민하 기자
2021.03.20 00:30:14
더현대 서울 지하 2층 MZ세대 맞춤 공간 기획
명품 소비 늘자 2030세대 전용 멤버십 출시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도 발맞추려 노력
백화점 등 유통업계를 비롯한 기업들이 MZ세대 사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미래 주된 소비 계층으로 발돋움할 2030세대를 브랜드의 ‘충성고객’으로 미리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보복소비·희소성 등 MZ세대의 다양한 소비 성향과 욕구를 파악해 맞춤형 마케팅을 진행하고 전용 혜택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은 지하 2층 전체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만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했다. “작정을 하고 MZ세대 사로잡기에 나선 느낌이 든다”는 방문객의 반응이 나올 만큼 소위 MZ세대 '취저'(취향 저격)에 성공한 분위기다.
단순 소비보다 오프라인 공간 체험에 열광
더현대 서울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는 좁은 복도에 물건이 가득 찬 과거 백화점의 이미지를 벗고 젊은 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공간 구성에 나섰다.
현대백화점 측은 브랜드 구성 시 캠핑·리셀(빈티지)·음악·가구 등 다양한 상품군을 고려했다. 단순 패션·잡화가 아닌 최근 MZ세대의 관심을 끄는 브랜드를 입점시켜 기존 영패션 매장과 차이를 뒀다.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를 방문한 MZ세대는 공간 구성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아닌 다양한 편집숍(여러 브랜드를 한 공간에 갖춰놓은 매장)과 F&B(Food&Beverage) 매장을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6일 더현대 서울을 방문한 강유정(29·여)씨는 “서울에 흩어져 있는 ‘핫 플레이스’들을 한데 모았다”며 “단순히 물품을 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와 매장의 체험을 원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에 맞게 공간을 기획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효원(26·여)씨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이 다녀온 공간을 인증하는 MZ세대의 문화를 저격하기 위해 일부러 매장을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편집숍으로 꾸민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의 한 뷰티 매장 관계자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우리가 살 만한 건 없다’고 하면서 지나친다”며 지하 2층이 젊은 세대를 겨냥한 공간임을 강조했다.
브랜드 선정 단계에서 MZ세대의 전반적인 구매력을 고려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강씨는 “MZ세대는 명품과 스파(SPA·기획부터 생산, 유통, 판매까지 직접 관리하는 브랜드) 사이 수준의 브랜드를 좋아한다. 구매력이 딱 그 정도기 때문”이라며 “MZ세대를 겨냥하기 위해 적정한 가격대의 브랜드를 입점시켜 놓은 것 같다”고 전했다.
명품 매출 절반 책임지는 2030
MZ세대는 4050세대에 비해 구매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뒤로 하고 명품 소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는 전용 멤버십을 출시해 구매 욕구를 장려하고 있다. 머스트잇·트렌비 등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도 MZ세대의 적극적인 소비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같은 현상에는 소비가 곧 자기표현으로 이어지는 MZ세대의 ‘플렉스(Flex) 문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플렉스란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과시하는 행위를 이른다.
코로나19 여파로 억눌린 소비심리를 분출하려는 ‘보복소비’ 또한 명품을 구입하는 이유 중 하나다. MZ세대는 가격에 관계없이 심리적 만족을 얻기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아주 작고 사소한 것을 하나로 모은 행위를 강조하는 말)’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 구매대행 플랫폼을 통해 명품 지갑과 신발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고아영(24·여)씨는 "이왕 사는 거 질 좋은 제품을 사는 게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보여주기 위한 소비 심리도 어느 정도 있다”고 전했다.
고씨는 명품을 구입하는 2030세대가 늘어나는 데 대해선 “소비 패턴 자체의 변화라는 생각이 든다”며 “무리한 소비가 아니라면 MZ세대의 명품 구매를 (이전처럼) 무조건 비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2030세대는 백화점 명품 매출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명품 매출에서 20·30대의 구매 비중은 각각 10.9%와 39.8%에 달했다.
롯데백화점 또한 2030세대가 지난해 전체 명품 매출의 46%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업계 처음으로 2030세대 전용 VIP 제도인 ‘클럽YP’를 출시해 혜택 강화에 나섰다. 오는 8월엔 더현대서울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클럽 YP 회원 전용 라운지를 열 예정이다.
MZ세대 입문하는 취미활동 저격...뉴트로 마케팅도 아직 유효
아웃도어·스포츠 등 MZ세대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겨냥한 마케팅도 대세다. 코로나19로 개인 건강에 대한 20대의 관심이 커지고 밀집도가 높은 실내에서 머무는 대신 야외 활동을 선호하는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중년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골프·등산 등 아웃도어 업계는 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반기고 있다. ‘골린이(골프+어린이)’, ‘산린이(등산+어린이)’로 불리는 입문자를 위한 신제품 출시에 나선 것. 골프웨어와 아웃도어 업계는 야외활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의류 라인을 출시하며 브랜드 접근성을 높이려 시도하고 있다.
한편 IT·식음료 업계는 복고 바람에 힘입은 '뉴트로(New-tro)'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과거 디자인과 감성을 신선하게 여기고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MZ세대를 겨냥하기 위해서다. 12일 예약판매를 시작한 KT의 뉴트로 스타일 카세트 플레이어인 'KASSETTE' 등이 그 예시다. 지난 10일 GS리테일이 복고풍을 입혀 출시한 수제맥주 '금성맥주'는 발주 개시 하루 만에 전량(20만캔)이 소진됐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